삼성과 LG가 자체 운영하는 식품 스토어 규모가 지난해 대비 두 배로 성장했다. 주방가전 판매를 위한 '유인도구'에서 이제는 식품사와 함께 만드는 '가전·식품 생태계'로 거듭났다. 가전 선택 기준이 성능에서 콘텐츠·서비스 등으로 전환하면서 식품 생태계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운영하는 온라인 식품관은 최근 멀티 조리기기와 결합한 인공지능(AI) 레시피 전송 기능, 식품 정기구독 서비스 등이 각광 받으면서 규모를 대대적으로 확대, 작년 대비 두 배 이상 커진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멀티 조리기기 '비스포크 큐커' 구매 고객을 위한 전용 온라인 식품몰 '큐커 식품관'을 오픈했다. 당시 입점 식품업체와 식품은 각각 15곳, 500개였지만 현재는 25개 업체 2000개 이상 식품이 판매된다. 1년도 채 안 돼 규모가 두 배 이상 커진 셈이다.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이용해 제품 바코드만 찍으면 AI가 자동으로 조리법을 기기에 전달하는 큐커 전용 레시피 역시 지난해 117가지에서 최근 300개에 근접했다. 식품사는 물론 내부 가전 전문가가 협업해 최적 조리법을 꾸준히 연구한 결과다.
LG전자도 자체 식품 스토어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9년 멀티 조리도구 '광파오븐' 구매 고객을 위해 처음 식품사와 손잡고 개소한 식품관은 지난해 9개 식품사 120개 제품으로 운영됐지만, 현재 11개 식품사 180여개 제품으로 확대됐다.
광파오븐 전용 레시피를 제공하는 식품관 외에 지난해 오픈한 온라인몰 '스마트 식품관' 성장세도 가파르다. 가공·신선식품, 생활용품, 건강식품 등 입점 상품을 지속 확대, 개소 초기 대비 두 배 가까이 판매 상품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식품관은 운영 초기만 하더라도 각각 '비스포크 큐커' '광파오븐' 등 주방가전 판매를 위한 유인도구에 가까웠다. 해당 기기 전용 레시피를 담은 상품과 정기구독 서비스까지 내세워 가전 구매를 유도하는 전략이었다.
최근에는 전용 레시피 상품을 넘어 축산, 수산, 과일, 가공식품, 건강식품, 유아식품 등 판매 범위를 넓혀 자체 온라인 쇼핑몰로 규모를 키우고 있다. 식품 구매 고객을 잠재 고객으로 삼아 가전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실제 삼성전자는 온라인 식품관에서 일정 금액 이상 정기적 구매할 경우 삼성 가전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멤버십 상품도 내놨다. 여기에 멀티 조리기기 사용 경험을 나누는 커뮤니티와 최적 레시피 등 요리 정보를 제공하는 채널로도 활용하면서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역할도 하고 있다.
두 회사 식품관은 가전과 식품사 간 새로운 시너지 모델을 제시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가전을 구매하거나 이미 사용 중인 고객을 겨냥한 식품 정기구독 모델을 제시, '가전 식품 생태계'가 조성됐다. 특히 코로나19 유행 과정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난 간편식과 주방가전 수요를 가전·식품 업계가 협업 전선을 구축,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을 만들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