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부품·생산 원가 절감 프로그램인 '설계 경제성 검토(VE:Value Engineering)'를 상시 운영한다. 그동안 일부 제품에서 원가 구조가 악화했을 때만 적용하던 방식을 바꾼 것이다.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확보를 위한 특단책이다. 경영학 용어로 '가치공학'이라고도 불리는 VE는 삼성 내부에선 '원가 구조 파악과 개선책 도출'이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예를 들어 특정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원가 구조가 악화했을 때 모듈을 모두 분해하는 것을 시작으로 VE를 시행한다. 여러 소재나 부품의 대체재를 찾거나 구조를 변경하며 원가 구조를 개선하는 일련의 작업을 삼성에선 VE라고 부른다.
삼성전자는 내년 스마트폰 사업 핵심 경영 계획 중 하나로 '상시 VE 시스템 운영'을 포함했다. 불필요한 비용을 최소화하고 다양한 생산과 부품, 소재 혁신 등을 추구하는 것이 목표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상시적인 원가 구조 파악 시스템을 구축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업계에선 상시적 VE 시스템 구축을 '극한의 원가절감 행보'로 풀이한다. 삼성이 스마트폰 원가절감에 나선 건 대내외 환경이 극도로 악화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원자재 가격 폭등했다. 해외에서 원자재를 수입해 부품과 소재를 재가공, 생산하는 주요 협력사의 원가 구조가 크게 악화하면서 변화를 추구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스마트폰 출하 목표를 올해와 비슷한 2억7000만대로 설정했다. 판매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원가 구조를 개편해 수익성을 최대한 끌어 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상시 VE 시스템으로 다양한 개발시도와 부품·소재 공급망관리(SCM) 변화도 기대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 이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TV, 가전 등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은 상시 VE 시스템을 구축 후 협력사에 세부 사항을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매해 스마트폰 제조 원가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삼성이 생산 혁신에 나선 행보”라면서 “협력업계에 미치는 여파가 클 것으로 예상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