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태양전지인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제작에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정공수송층 신물질이 개발됐다. 고효율·고안정성·대면적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김기선)은 김호범 신소재공학부 교수팀이 나지루딘·다이슨 스위스 로잔 연방공대 교수팀, 포지 이탈리아 콘실리오 국립연구소 박사팀과 함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정공수송용 신규 소재 'BSA50'를 개발, 이를 이용해 고효율 장수명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소자와 모듈을 구현했다고 1일 밝혔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금속-할로겐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를 태양광 흡수를 위한 광활성층으로 사용하는 태양전지다. 최근 실리콘 태양전지와 동등한 수준의 효율이 보고됐다. 낮은 제작 단가, 용이한 생산 공정, 유연화 가능 등의 장점으로 실리콘 태양전지를 이을 차세대 태양전지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제작에 사용하는 정공수송층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광흡수층내 생성된 양전하를 효과적으로 수송해 추출하는 역할을 한다. 고효율·고안정성 태양전지를 구현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포함하는 구성 요소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정공수송층 개발 연구는 주로 스파이로 오미타드(Spiro-OMeTAD)라 불리는 소재에 의존하고 있다. 스파이로 오미타드는 낮은 전기전도도 때문에 태양전지 고효율 달성을 위해 반드시 불순물을 섞는 도핑 공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소자 수명을 단축시키는 요인이 된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정체된 효율을 신장시키고 고질적 문제인 짧은 수명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존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정공수송층 물질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김 교수 등 국제 연구팀이 새로 개발한 BSA50 정공수송층 소재는 페로브스카이트 층 광 흡수에 의해 형성된 정공 추출에 효율적이며 BSA 분자내 아릴아민의 산소 원자가 페로브스카이트에 존재하는 결함을 제거할 수 있다. BSA50을 적용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기존 스파이로 오미타드 정공수송층을 사용한 소자의 광전변환효율과 거의 비슷한 97% 수준의 22.65% 효율을 보였다. 안정성 면에서는 태양광 아래 1000시간 동안 작동 후에도 초기 효율 대비 89% 이상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BSA50 소재는 스파이로 오미타드 소재를 적용한 소자 유지효율 82% 보다 뛰어나며 우수한 성능과 안정성을 지님을 입증했다.
연구팀이 대면적 페로브스카이트 태양광 모듈(6.5×7㎠)을 제작해 실험한 결과, 스파이로 오미타드 소재를 사용하지 않은 모듈 가운데 세계 최고 효율인 21.35%를 달성했다.
김호범 교수는 “기존 소자의 효율은 유지하면서 안정성은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정공수송층 신물질을 개발함으로써 향후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상용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유럽연합의 연구 혁신 지원 프로그램 '호라이즌(Horizon) 2020' 및 혁신 프로그램 '아폴로(APOLO) 프로젝트' 사업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화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온라인에 게재됐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