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커지는 정부 책임론… 오세훈, 증인대 설까

오세훈 서울시장이 30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관련 상황 점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30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관련 상황 점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의 책임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서울시와 용산구 등 지방자치단체들의 예방·후속 조치 등의 적절성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나 국정조사 등에 오세훈 서울시장을 증인대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위기다.

전자신문이 입수한 공문과 이메일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태원 사고 계기 공무원 기강확립 관련 국무총리 지시사항 추가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을 통해 국가애도기간 중 애도를 표하는 검은색 리본과 관련해 글자 없는 검은색 리본을 착용해달라고 안내했다. 특히 구의회에도 신속하게 전파해달라고 요구했다. 해당 공문에는 서울특별시장의 직인이 찍혔다.

서울시는 각 자치구에 보낸 긴급 이메일에도 공동 분향소 설치 운영과 관련해 분향소 명칭과 운영기간, 시간 등을 통일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분향소 명칭을 '이태원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로 해줄 것을 공지했다. 서울시가 참사를 축소하려는 정부의 후속 움직임에 사실상 동참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유다.

이태원 참사 관련 서울시가 보낸 공문과 이메일. 민주당 측 제공
이태원 참사 관련 서울시가 보낸 공문과 이메일. 민주당 측 제공

민주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2일 오 시장의 이태원 참사 관련 입장발표 장면을 언급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오 시장은 지난 1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참사 관련 입장발표에서 눈물을 흘리며 “사죄의 말씀이 늦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특히 민주당은 이날 처음으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언급한 상황이다. 결국 오 시장이 증인대에 서는 모습도 예상된다. 해당 관계자는 이날 전자신문과 만나 “오 시장의 눈물 사과는 거짓”이라며 “앞에서는 눈물로 사과하고 뒤에서는 이러한 공문을 통해 참사를 축소하려고 시도했다”고 비판했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오 시장이 대책 없는 서울시를 방치했다”며 “서울시는 안전대책 수립을 위한 어떠한 회의조차 하지 않았고 용산구가 준비한 회의에 단 한 명의 담당자조차 보내지 않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어디에 있었나”라고 지적했다.

국회 행안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오 시장의 책임론을 거론하는 분위기다. 당장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행안위 회의에서 오 시장을 증인대에 세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전자신문과의 통화에서 “용산구청과 서울시도 이번 참사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국민의힘이 반대하겠지만 책임을 가려야 한다”며 오 시장을 겨냥했다.

또 다른 민주당 소속 행안위원도 “오 시장도 당연히 (증인대에) 서야 한다”며 “이번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있어 성역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