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네트워크 끊겨도 CBDC로 결제…속도저하·정보보호 강화는 숙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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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네트워크 단절 시에도 근거리무선통신(NFC) 등 기기에 탑재된 자체 통신기술을 이용한 거래가 가능해 신용카드 등 민간 지급결제 서비스 마비 시에도 이용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동시접속자수가 증가하면 성능이 저하되고 초기 채택한 분산원장 기술의 문제점도 발견돼 이를 보완하는게 숙제로 남았다. 암호기술에 대한 안정성 검증도 보강해야 한다.

7일 한국은행은 작년 8월부터 10개월간 2단계에 걸쳐 실시한 CBDC 모의실험 연구사업을 완료하고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모의실험 연구사업은 CBDC 제조·발행·유통·환수·폐기의 기본 기능을 점검하고 이를 더 확장해 오프라인 거래, 디지털자산 거래, 정책지원 업무 등의 구현 가능성을 살피는 것이 골자다. 개인정보보호 강화를 위한 영지식 증명기술(ZKP)과 분산원장 확장기술 등 신기술 적용 가능성도 점검했다.

한국은행은 모의실험 결과 온·오프라인 CBDC를 독립적으로 운영 가능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재해나 통신 장애 등으로 민간의 지급결제서비스를 사용하기 어려울 때 실물 화폐와 함께 백업 지급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스마트계약을 활용한 디지털자산 거래와 국가간 송금 기능도 시험했다. 국가별로 상이한 분산원장 기반으로 CBDC를 발행한 것을 가정하고 중개기관 간 환전 등을 이용해 송금 거래를 처리했다. 상대 국가 시스템과 NFT 관련 모의 시스템을 하이퍼레저 기반으로 조성해 클레이튼 기반의 한은 CBDC 시스템과 연계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상거래 탐지, 법원판결 집행 등과 같은 CBDC 관련 정책지원 기능에도 스마트계약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한국은행의 CBDC 모의실험 연구범위 (자료=한국은행)
한국은행의 CBDC 모의실험 연구범위 (자료=한국은행)

한국은행은 이번 모의실험 결과 적용한 기술의 문제점과 신기술의 한계도 있다고 분석했다.

시험 결과 CBDC 모의시스템은 최대 초당 2000건 거래를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봤지만 최대 성능치에 도달할수록 응답대기시간이 지연되는 현상이 있었다. 분산원장의 성능 확장을 위한 메인원장과 확장원장(레이어2) 적용도 네트워크 거래 증가로 성능이 저하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유희준 한국은행 디지털화폐기술반장은 “최대 성능치에 도달할수록 응답대기시간이 최대 1분까지 증가해 거래가 집중되면 실시간 처리에 다소 한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실시간 대량거래 처리가 필요한 소액결제시스템에 적용되려면 응답대기시간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개인정보보호 강화를 위해 적용한 영지식 증명 암호기술(상대방에게 자신의 신원정보를 노출하지 않고도 해당 자산 소유주임을 증명)의 경우 개별 거래당 처리시간이 늘어나는 현상이 있었다. 사용한 암호기술(MiMC7)은 아직 국가사이버안보센터의 검증필 암호모듈 인증을 획득하지 않았다.

유희준 반장은 “분산원장 외에 다양한 플랫폼이나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연구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실제 환경에서의 실험으로 심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