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넷플릭스의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구축은 통신회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사업 모델이다. 통신사의 일부 비용 절감 효과를 인정하더라도 국내 망에 '공짜'로 직접 연결해서 이용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변화하는 인터넷 기술에 따른 산업계의 혼선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제도장치 도입이 절실하다.
〈2〉진화하는 인터넷, 새 규율 필요
자체 CDN을 이유로 망 이용대가를 거부하는 구글·넷플릭스의 행태는 글로벌 인터넷 생태계와 규제 당국에 도전하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 주요 글로벌CP는 2000년대 초반까지는 미국에 서버를 둔 채 인터넷백본제공사업자(IBP·대형 통신사)에 비용을 지불하고 연결해서 콘텐츠를 세계 인터넷망으로 전송했다. IBP가 콘텐츠를 양방향으로 중개·전송하는 방식이 '트랜짓'이다. 이메일·이미지·텍스트 위주의 데이터트래픽이 적었던 시대에는 이 같은 방식으로 무리가 없었다.
인터넷서비스 대세가 2010년대 이후 고화질 동영상 중심으로 변화하자 구글, 넷플릭스, 메타 등은 증가하는 회선용량 비용과 품질 보장을 감당하기 어렵게 된다. 이에 발맞춰 특정 구간에 통신망을 구축해서 CP 콘텐츠를 통신사에 단방향으로 전송·최적화를 대행하는 CDN 사업 모델이 등장했다.
구글·넷플릭스는 CDN 역할에 착안, 자체 통신망을 구축하거나 해저케이블에 직접 투자해서 지분을 확보했다. 이 인프라를 토대로 한국, 일본, 미국 등에 캐시서버를 두고 통신사 통신망과 직접 연결하는 '피어링' 방식을 채택한다. 이들은 수조원을 들여서 필요한 구간의 단방향 망을 직접 구축했기 때문에 통신사에는 망 이용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 통신사가 미국까지 이용한 회선 경로를 일본·한국으로 단축, 비용이 일부 절감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자체 CDN은 어디까지나 자신이 치러야 할 비용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다. 구글·넷플릭스 서버와 직접 연결해서 데이터를 받은 한국 통신사가 국내 이용자에게 데이터를 전송하는 구간에서의 트래픽 전송 비용까지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독립 CDN 사업자인 아카마이, 라임라이트를 비롯해 구글·넷플릭스와 사업 모델이 유사한 메타도 이 비용을 한국 통신사에 지불한다. 국내 구간에 통신망이라는 유상 인프라를 제공한 데 따른 대가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통신산업을 발전시키고 이용자를 보호하도록 인터넷 제도를 규율하는 한국 정부와 국회는 선택의 기로 앞에 섰다. 정부는 자체 인프라를 이유로 망 이용대가 지불을 거부하는 구글·넷플릭스의 주장을 인정한다면 차라리 CDN을 이용하는 모든 CP에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도록 할 수 있다. 하지만 전기통신사업법은 기간통신망의 '제공'과 '이용' 관계로 사업자 간 서비스를 규정하고 사업자 간 이용약관 계약 체결, 상호접속료 지불 등을 규정하고 있다. 법체계 어디에도 CDN을 구축하면 국내 망을 공짜로 이용해도 된다는 논리는 발견할 수가 없다. 새로운 기술 방식은 사업자 간 논쟁과 혼선을 초래한다.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해서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