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to get fit.' 지난주 헤지펀드 알티미터 캐피털의 브래드 거스트너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로서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공유했다. 메타버스라는 알 수 없는 미래에 1000억달러 이상의 투자는 실리콘밸리여도 거대하고 끔찍하다면서 그동안 메타가 애플, 테슬라, 트위터, 스냅, 우버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설비 투자해 왔으며 이제 시장과 주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함을 지적했다.
메타 외에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유니티, 로브록스, 스냅과 같은 기업의 메타버스를 향한 전방위적이고 개방적인 투자는 메타버스가 곧 단일화된 하나의 통합된 세계로 시작됐음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그 구현이 어려운 건 단일 기업의 기술 한계뿐만 아니라 관련 기술 기업들이 단순히 수익성이 없거나 각자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협력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배틀그라운드의 플레이어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로 바로 이동하게 만드는 포털을 제공할 동기가 없을 뿐이다.
이 때문인지 각 기업은 자신들이 투자하는 게임이나 플랫폼을 메타버스라 부르기 시작했으며, 결국 코카콜라마저 포트나이트와 연계된 '메타버스에서 태어난 풍미'라는 광고 카피를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지금은 점차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힘을 잃기 시작한 느낌이다.
그렇다면 스스로 메타버스 비전 실현의 선구자라 이야기하는 기업에 필요한 건 무엇일까. 첫째 소설가 작법을 참고하자. 현재 블록체인 기술 기업의 창업자로 활동하고 있는 닐 스티븐슨은 1992년 그의 공상과학(SF)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서 메타버스 개념을 처음 고안한 사람이다. 그는 지난주 벤처비트(Venturebeat)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소설가로서 첫 번째 책임, 즉 관객이 새로운 세계에 대한 불신을 멈추고 이야기에 몰입하도록 돕는 데 집중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밝힌 메타버스를 통한 연결의 본질은 또 하나의 세계 내에서 확인되는 인간의 존재다. 일반적으로 소설은 작가가 자신을 투영하는 모든 것으로 채워지며, 이와 연계된 페르소나와 사건이 존재하는 구성을 띤다. 나아가 이 모든 요소는 현실 경험을 불러일으켜서 구체적 경험 구현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독자에게 재미를 제공하고 몰입을 끌어내는 데 효과적이다. 소개팅 상황을 연출한 개그 코너를 보고 웃는 이유가 우리 스스로 소개팅 관련 경험을 활용하기 때문이듯 기술 기업에 필요한 건 공감하고 재미를 느껴서 스스로 몰입할 수 있는 지점을 지속해 늘려 나가는 것이다.
둘째 기술 혁신 이전에 사회 규범 혁신을 고민하자. 기술 산업은 미래주의에 의존하기 마련이다. 현재 팔리는 제품 개발도 좋지만 미래를 파는 것이 더 많은 성과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킴으로써 투자자를 움직이는 데 더 유리하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이 세상에 나올 때 기술 채택자의 불확실성 완화 관점이 필요하다. 이때 강력한 편안함이 가장 효과적이기에 기존 사회에 내재하고 있는 행동에서 기인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미국 내 아시아인의 마스크 착용은 주변에 해를 끼치는 바이러스의 상징으로 경험됐으나 이후 패션아이템으로서의 천마스크 유행은 서양 문화 내 마스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고 자연스러운 일상의 변화로 받아들이게 하는 시작점이 됐다.
2011년 구글 글라스, 2022년 메타와 레이밴의 합작품인 AR글라스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착용자가 메타버스 일부가 됨을 알려주지 않는다. 이는 자칫 자신이 눈치채지 못하는 상황에서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은 좀 더 섬세하고 미묘한 시장 접근 과정이 필요하다. 공유 킥보드 서비스가 곳곳에서 분노를 받은 이유는 기존의 이동 수단에 맞춰 구성돼 온 현 사회 체계를 무시했기 때문임을 기억해야 한다. 질서를 한 번에 부수기보다 점진적으로 작은 부분부터 바꾸는 전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ryan@reasonofcreativity.com
<필자>손병채 대표는 MBC 시사교양 대표 프로그램 'PD 수첩'의 현장 취재 전문 PD 출신이다. 탐사보도 취재 방식의 현장 관찰을 통한 인간 현상 중심 분석으로 기업 이슈 해결과 내부 역량 강화를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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