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재난안전 부실' 野 '경찰인력 배치' 정부 질타

여 "1조 투자 재난통신망 무용지물"
야 "대통령실 이전, 경찰 업무 변경"
시스템 활용 대응책 미진 등 비판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왼쪽부터), 윤희근 경찰청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왼쪽부터), 윤희근 경찰청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의원들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국회 상임위에서 사고 원인과 책임을 놓고 정부를 질타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는 7일 본청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이태원 참사 관련 현안질의를 진행했다.

국민의힘은 재난 안전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했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은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에 1조원 이상을 들여서 재난안전통신망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작동하지 않고 무용지물이 되니 난맥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 의원은 “입체적이고 효율적인 구조가 처음부터 어려웠다.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난관리시스템 재정비 등을 이번에 확실히 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정 의원은 “대통령이 인지한 건 오후 11시 1분 행정안전부 장관과 서울시장이 인지한 건 11시 20분이라고 나와 있다. 서울경찰청장이 보고 받은 건 11시 36분 이렇게 나와 있다”며 “(경찰은) 참사가 발생한 뒤 2시간이 지나서야 대통령보다도 1시간 13분, 행안부 장관보다도 56분 이후 인지했다”고 지적했다. 또 “전 용산경찰서장은 참사 이후 50분 만에 도착했다. 서울 청장한테는 11시 36분에 보고했다”며 “30분 동안 도대체 무엇을 했나. 수많은 사람이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데 서장이란 사람은 관용차에 앉아서 허비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갑작스러운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경찰 인력 배치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권이 국정운영의 우선순위를 국민 안전에 두지 않은 것도 이번 사태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며 “참사 당일에도 경찰력은 집회 시위 대응 대통령실 경호 경비 마약 단속에 집중되어 있었다”고 했다.

아울러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할 이태원 참사 현장에 안전 대책을 담당하는 교통기동대 20명이 당초 예정보다 늦게 투입이 됐다”며 “이는 갑작스러운 대통령실 이전에 따라 용산경찰서의 주요 업무가 변경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시스템을 활용한 정부의 대응책 미진 지적도 잇따랐다. 문진석 민주당 의원은 “결과적으로 (정부가)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 참사 후에도 국가가 온전히 존재하지 않았다”며 “지난 8월 수해 때 행안부의 안일한 재난 상황 인식을 비판했다. 그러나 이번 참사에서도 8월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정부는 제각각이던 국가기관의 통신망을 하나의 통신망으로 통합하는 국가재난안전통신망 구축 사업을 진행했다”며 행안부의 책임을 지적했다.

7일부터 본궤도에 오른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이태원 참사 관련 질의가 쏟아졌다. 예결위 의원들은 사고수습보다 예방에 초점을 맞춘 정부예산 집행과 국가안전관리시스템의 전면적인 재점검을 요구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안전 예산 관련 “우리는 예방에 30%를, 수습에 70%의 예산을 쓰는 '사후약방문' 형태 예산편성을 반복하고 있다”며 수정을 요구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예산을 쓰고 법을 만드는 것은 사후수습을 위한 것도 있겠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고 그것이 정부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라며 안전 예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야 의원들은 이태원 참사 관련 정부의 안전관리시스템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참사 직후 이상민 행정안전부(행안부) 장관의 부적절한 발언과 한덕수 총리의 외신기자회견 농담도 지탄의 대상이 됐다.

경찰권 지휘를 놓고는 여야가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행안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경찰국을 설치했지만, 정작 경찰을 지휘할 규칙 근거가 없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정 의원은 “행안부 장관이 치안 분야에서 보고를 받고 지휘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후속대책을 마련할 것을 당부했다.

한병도 민주당 의원은 “행안부의 뒤죽박죽 보고체계로 위기대응시스템이 전혀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막을 수 있던 참사를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관저 입주 이후 지휘체계 재정비도 요구했다. 한 의원은 “대통령실에서 상황을 지휘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일사불란한 체계를 가져야 하는데, 위기관리센터가 떨어져 있던 것도 문제가 있다”면서 “윤 대통령이 관저에 들어가면 위기 지휘체계를 다시 한번 점검해 주길 바란다”라고 요청했다.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