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지주사가 얼어붙은 스타트업 투자시장에 훈풍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투자 유치가 어려워진 초기 스타트업을 위해 펀드를 조성하거나 지원 범위를 해외로 확장하고 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어려운 때일수록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늦추지 말라”고 지시했다. 금융 지원의 사회적 책임이 스타트업 투자 시장으로도 이어져야 한다는 뜻에서다.
KB금융은 지난 9월 스타트업 조직을 해외로 처음 확대하고 싱가포르에 'KB 글로벌 핀테크 랩'을 개설했다. 국내 스타트업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현지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서 제휴·투자를 연계하는 역할이다. 지난해 말 조성한 3000억원 규모의 KB 디지털 플랫폼 펀드 외에 초기 스타트업 대상의 소규모 펀드도 운용하고 있다. KB인베스트먼트 주축으로 시리즈A 투자 이하 스타트업만 대상으로 'KB파운더스 클럽 2022'를 300억원 규모로 조성했다. 지난달에는 'KB프라임 디지털 플랫폼 펀드'로 다시 300억원을 조성,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초기 기업을 발굴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총 6000억원 규모의 디지털 전략투자(SI)펀드인 원신한 커넥트 신기술투자조합 1호와 2호를 결성한 데 이어 스타트업 대상으로 330억원 규모의 신한 스퀘어브릿지 ESG 투자조합 1호를 조성하고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그룹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인 신한 스퀘어브릿지와 연계해 유망한 초기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인 '신한 퓨처스랩'을 베트남(2016년)과 인도네시아(2019년)에 이어 일본으로 확장했다.
NH농협금융그룹은 올해 전략투자(SI) 펀드인 'NH디지털 얼라이언스 펀드'를 결성했다. 1호 펀드를 1000억원 규모로 설립하고 내년에 2호 펀드를 동일 규모로 추가 조성하기로 했다. 혁신기술 스타트업, 플랫폼 사업자, 예비 유니콘 등이 투자 대상이다. 이 외에 230억원 규모의 오픈 이노베이션 펀드를 새롭게 조성, 벤처캐피털과 함께 운용하고 있다. 약 30%를 농협은행 R&D센터에서 발굴·추천한 기업에 기회가 주어진다.
하나금융그룹은 올해 처음으로 3000억원 규모의 전략투자펀드인 하나 비욘드 파이낸스 펀드를 설립하고 스타트업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1년 하나은행과 하나벤처스가 초기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110억원 규모로 공동 조성한 '하나원큐 스타트업 펀드'는 13개 스타트업에 투자됐다. 이후 하나 비욘드 파이낸스 펀드에서 초기 스타트업 지원을 병행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은행권 처음으로 2015년부터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하나원큐 애자일랩도 운영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기관인 레인메이킹 이노베이션과 협업해 스타트업의 국내외 시장 진출과 현지화 지원, 글로벌 투자 유치와 금융 지원 등을 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우리금융캐피탈이 주도해 디지털 혁신기업 발굴·육성 목적의 디지털 투자 펀드를 2000억원 규모로 결성했다. 1차로 우리은행, 우리카드 등 주요 자회사가 출자자(LP)로 참여해 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했다. 디지털 분야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디노랩과 우리은행의 혁신벤처기업 대상 직접투자 프로그램을 연계, 스타트업을 지원하게 된다. 디노랩 베트남을 이용한 해외 진출 지원도 하고 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