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비롯한 4대 과학기술원(과기원) 예산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아닌 교육부로 이관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과기원 설립 취지가 훼손되고 고급 과학기술 인재 양성이라는 역할 수행에도 장애가 될 수 있어 우려된다.
10일 과기정통부 등에 따르면 기재부는 KAIST와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재원을 교육부 특별회계로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발단은 지난 9월 2일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의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안' 대표 발의다. 이 법안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일부를 대학에 지원하는 등 내용을 담는데, 적용 대상에 과기원도 포함 가능하다.
기재부가 지난달 말 과기정통부에 과기원 예산 교육부 특별회계 편입을 통보하면서 상황이 격화됐다. 기재부는 과기원 예산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원을 비롯한 과학기술계는 상반된 입장이다. 과기원은 고급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위한 곳으로 특별법에 따라 일반 대학과 다른 체계를 갖췄는데 이것이 무너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재부 입장과 달리 도리어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다른 대학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면 같은 재원을 지원받는 과기원이 특수성을 논하기 어려워진다. 고유 역할 수행이나 경쟁력 확보도 쉽지 않다.
관리·예산 권한 이원화도 분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 관리 권한은 여전히 과기정통부가 갖는다고 해도 예산권을 교육부가 쥐면 관리 권한 역시 침해받을 수밖에 없다.
한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기재부가 과기원 설립이나 관련 특별법 취지를 이해한 상태에서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저의가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도 과기원과 뜻을 같이하고 있다. 지난 7일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일반 대학과 과기원은 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장관이 밝혔듯 일반 대학과 과기원 예산은 같이 갈 수 없는 부분”이라며 “(특별회계 편입이 이뤄지면) 과기원 특성이 없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과기원과 기재부 입장 전달 및 조율 중인데 기재부 의견대로 과기원 특별회계 예산 추가 확보 가능성이 사실인지, 모든 관할이 지금처럼 유지될지 등 명확히 따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이인희기자 leeih@etnews.com
기재부 '교육부 회계 편입'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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