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1.8%로 예측했다. 물가상승률은 에너지 가격 상승의 파급 효과를 고려해 3.2%로 상향 조정했다.
KDI는 10일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우리 경제가 수출 증가세 둔화, 투자 부진 지속에 따라 1.8%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주요 기관들이 제시한 전망치 중 한국금융연구원(1.7%) 다음으로 낮은 수준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1.8%),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1.9%) 등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1%대로 전망했으며 한국경제연구원도 세미나에서 1%대 성장률을 언급했다. IMF(2.0%), 경제협력개발기구(2.2%) 등 국제기구는 2% 초반을 제시했다. 정부(2.5%)와 한국은행(2.1%)은 향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성장률만으로 경기 국면을 판단하는 건 아니지만 잠재성장률이 2% 내외라면 1.8%는 이를 하회하는, '경기 둔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민간소비는 코로나19 영향에서 점차 벗어나 서비스 소비가 회복되겠으나 고물가로 인한 실질구매력 저하,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재화소비 둔화로 2022년(4.7%)보다 낮은 3.1%의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경기둔화와 대외 불확실성 증가로 올해 -3.7%에 이어 내년에는 0.7%의 낮은 증가율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건설투자도 자금조달 여건 악화로 0.2% 증가하며 부진이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 경제 버팀목인 수출은 서비스 수출 회복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기 둔화로 상품 수출이 부진하며 1.6%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올해 수출증가율(4.3%)의 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수출 둔화에도 국제유가 안정으로 교역조건이 개선되며, 경상수지 흑자액은 올해(114억달러)보다는 확대된 170억달러를 전망했다.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가 안정되면서 상승 폭은 축소되겠으나 물가안정목표(2%)를 상회하는 3.2%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 5월 전망보다 1.0%P 상향된 것으로 정부(3.0%) 보다는 높고 IMF(3.8%), 한국은행(3.7%)보다는 낮다.
KDI는 국제유가를 올해 배럴당 98달러에서 내년에는 84달러로 15% 하락할 것으로 전제했다.
정 실장은 “국제유가를 하향 조정했는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상향해 어긋나 보일 수 있지만 에너지 가격과 곡물 가격이 생각했던 것보다 경제에 많이 파급되는 것으로 보이는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지나치게 급격하게 올리는 경우 경기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KDI는 “향후 경기 둔화를 고려해 거시정책 긴축의 속도와 강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이나 유로존과 같은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이 요구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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