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로 걷는 물고기 '작은고슴도치홍어' 미스터리 풀렸다

DGIST·서울대·뉴욕대 의대 공동 연구 진행
원시 어류 작은고슴도치홍어 총 유전체를 규명
움직임의 진화에 대한 분자적 기작 제시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총장 국양)은 백명인 뇌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서울대·뉴욕대 의대와 함께 '작은고슴도치홍어(Little skate)의 고품질의 전장 유전체를 구축하고, 이를 이용한 비교유전체 분석을 진행했다고 15일 밝혔다.

작은고슴도치홍어는 어류임에도 불구하고 육상 척추동물과 비슷한 사지 운동 형태, 즉 지느러미를 다리처럼 이용해 걷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작은고슴도치홍어는 육상 사지동물과 약 4억 7천만 년 전에 공통 조상으로부터 분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전 연구를 통해 작은고슴도치홍어와 사지동물의 보행에 관여하는 운동신경회로가 유사하다는 것은 알려져 있었지만, 작은고슴도치홍어의 고품질 전장 유전체가 없어 어떻게 이런 운동신경회로가 진화했는지 분자적 기작을 연구 하기는 힘들었다.

백명인 DGIST 교수(오른쪽)와 박준희 석박통합과정생
백명인 DGIST 교수(오른쪽)와 박준희 석박통합과정생

연구팀은 최신 유전체 분석 기술을 이용하여 고품질의 작은고슴도치홍어 전장 유전체를 구축했다. 새롭게 구축된 작은고슴도치홍어의 전장 유전체의 크기는 2.13기가바이트로 예측된 유전체 크기의 93%에 달하며,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1만7230개 유전자를 포함하는 고품질의 전장 유전체이다.

나아가 연구팀은 육상 동물과 비교 분석을 수행했다. 고품질의 작은고슴도치홍어 전장 유전체를 이용하여 작은고슴도치홍어와 사지동물 운동신경세포의 전사체 비교 분석을 진행했고, 이를 통해 운동신경세포에서 공통으로 발현되는 유전자 및 차별적으로 발현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

작은고슴도치홍어는 10개의 근육이 지느러미 보행 운동에 관여하는 데 반해 사지동물은 50개의 근육이 사지를 움직이는데 관여한다. 두 종의 비교를 통해 어떻게 단순한 보행 형태와 육상 사지동물에서 보이는 정교한 움직임이 진화과정에서 출현했는지에 대한 분자적 기작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DGIST 뇌과학과 백명인 교수 주도로 서울대 및 뉴욕대 의대 연구팀과 공동 진행한 것으로, 비교생물학, 유전체학 및 신경생물학 분야의 전문 연구 역량을 결집하여 보행 관련 운동신경회로 진화의 분자적 기작을 제시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백명인 교수는 “보행에도 단순한 형태의 보행과 정교한 형태의 보행이 있는데, 이들이 오랜 진화 과정에서 어떻게 발생했는지에 대한 분자적 기작을 제시하는 획기적인 발견이다” 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백명인 교수, 박준희 학생이 주도적으로 참여했으며 한국연구재단의 연구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최근 SCI급 저널 '이라이프(eLife)'에도 게재됐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