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K팝, 오색 뉴트로맛에 빠지다

팬데믹 기점으로 트렌드 중 하나가 된 K팝은 다양한 뉴트로톤과 함께 위상을 다져가고 있다. 최근 국내 대중가요계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전성기를 구가하던 뉴트로 장르 노래가 무수히 쏟아지면서, 하나의 성공 공식으로 자리잡았다.

최근 K팝 계통의 디스코 컬러는 방탄소년단 Dynamite의 글로벌 히트 이후 한층 강조되기 시작했다.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최근 K팝 계통의 디스코 컬러는 방탄소년단 Dynamite의 글로벌 히트 이후 한층 강조되기 시작했다.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우선 디스코는 2020년 박진영의 'When We Disco'와 방탄소년단 'Dynamite(다이너마이트)·Butter(버터)'를 기폭제로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 슈퍼주니어 'House Party', 우주소녀 쪼꼬미 '흥칫뿡', 마마무 '워너비 마이셀프', EXO-SC '10억뷰', 크래비티 '오아(Ohh Ahh)', 최근 걸그룹 앨리스 'DANCE ON'(댄스 온)까지 수년째 최근 K팝의 주요장르로 남아있다.

1980~1990년대 전성기에 이어 2000년대 중반 잠깐 복고바람을 일으킨 이후 사라진 듯했던 디스코 장르는 섬세한 일렉트로 사운드와 트렌디한 비트감을 더해 재탄생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의 LO$ER=LO♡ER(루저 러버)을 기점으로 모던록 컬러의 K팝 댄스곡들이 그 기세를 올리기 시작했다.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의 LO$ER=LO♡ER(루저 러버)을 기점으로 모던록 컬러의 K팝 댄스곡들이 그 기세를 올리기 시작했다.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씨엔블루, DAY6(데이식스), 넬, 허클베리핀, 혁오, 윤하 등 밴드 구성의 곡으로만 자리하던 록 음악 또한 K팝 댄스 가수들의 장르 선택지로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수년째 록댄스 색채를 강조하고 있는 드림캐쳐나 유쾌한 B급 감성의 노라조, RBW의 쌍둥이 보이팀 원위-원어스 조합 등은 물론, 록스타일과 힙합을 접목한 '어떤 X'의 제시, 모던록 감성의 팝댄스곡 'LO$ER=LO♡ER'(루저 러버)를 앞세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 록감성 댄스곡들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할 만한 다채로운 감성 면모를 비추며 인기를 얻고 있다.

NCT DREAM은 올드스쿨 컬러의 Beatbox(비트박스)와 함께, 성숙해가는 소년들의 청춘매력을 드러내며 글로벌 그룹 반열을 확고히 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NCT DREAM은 올드스쿨 컬러의 Beatbox(비트박스)와 함께, 성숙해가는 소년들의 청춘매력을 드러내며 글로벌 그룹 반열을 확고히 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올드스쿨 장르는 계절감과 함께 최근 강조되는 모습이다. 지난 9월 첫 솔로 데뷔에 나선 시우민의 'Brand New'나 최근 복귀한 가수 알렉사의 신곡 'Back in Vogue(백 인 보그)', 엔하이픈(ENHYPEN) 'ParadoXXX Invasion', NCT DREAM(엔시티 드림) 'Beatbox'(비트박스), 방탄소년단 제이홉 'MORE(모어)' 등 자유분방 청량감을 강조하는 올드스쿨 장르 분위기와 함께 각 뮤지션의 색감을 대변하는 곡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블랙핑크는 파가니니 원곡의 샘플링에 트렌디한 힙합을 더한 정규2집 타이틀곡 Shut Down으로 글로벌 히트를 달성, 뉴트로 컬러의 새로운 영감을 선사했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블랙핑크는 파가니니 원곡의 샘플링에 트렌디한 힙합을 더한 정규2집 타이틀곡 Shut Down으로 글로벌 히트를 달성, 뉴트로 컬러의 새로운 영감을 선사했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장르적인 측면에서 벗어나 아예 과거 유명곡들을 샘플링화하면서, 뉴트로 컬러를 보여주는 경우는 올해 들어 거듭 나타나고 있다. 오페라 '카르멘'의 아리아 '하바네라'의 멜로디를 차용한 (여자)아이들의 'Nxde(누드)', 파가니니 '라 캄파넬라'를 샘플링한 블랙핑크의 'Shut Down', 글로리아 게이너의 '아이 윌 서바이브'를 샘플링한 아이브의 'After LIKE(애프터 라이크)',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샘플링한 레드벨벳의 'Feel My Rhythm(필마이리듬)', 마누엘 데 파야의 스페인 무곡을 샘플링한 방탄소년단 지민의 'Lie' 등 샘플링이 주는 뉴트로 감각과 자신들만의 트렌디함을 표출하는 곡들은 최근 국내외 차트권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외에도 무수히 많은 인기곡이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K팝의 뉴트로 다변화는 왜 나타나는 것일까? 우선 표면적으로는 글로벌 수요 부응 때문이다. 팬데믹 이전까지 국내 음악은 808비트와 트랩 등 일부 요소에 집중하는 모습이 강했던 반면에 글로벌 음악계에서는 디스코·록·올드스쿨 등 꾸준한 장르 수요가 있었다. 그것에 맞게 K팝의 컬러도 장르적인 변화를 다양하게 둔 것이라 할 수 있다.

K팝은 스테디 장르인 디스코, 록, 올드스쿨 등의 컬러를 필두로 한 다양한 뉴트로 컬러와 함께, 글로벌 대중과의 거리감을 한층 좁혔다. 사진은 KCON 2022 JAPAN 피날레. (사진=CJ ENM 제공)
K팝은 스테디 장르인 디스코, 록, 올드스쿨 등의 컬러를 필두로 한 다양한 뉴트로 컬러와 함께, 글로벌 대중과의 거리감을 한층 좁혔다. 사진은 KCON 2022 JAPAN 피날레. (사진=CJ ENM 제공)

또 하나는 팬데믹에 따른 뉴트로 수요다. 국내에서 디스코나 록, 올드스쿨 등 장르는 빠르면 1980년대에서 늦어도 2000년대까지 유행하던 장르로 꼽힌다. 한동안 무게감 있는 힙합 댄스곡과 함께 하는 퍼포먼스에 집중했던 음악에 대중이 점차 염증을 느끼는 한편, 팬데믹 속 소셜채널 확대에 따른 복고유행 속에서 다양한 정서 취향 충족 수요가 발생함에 따라 비롯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안정적인 성공을 담보하는 한에서 글로벌 파급력을 높여가기 위한 '익숙함 속의 신선함' 속 장르 수요 발굴 또한 K팝 뉴트로 다변화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K팝은 뉴트로의 바다를 폭넓게 헤엄치며, 국내외 하나의 주류로 장르화되고 있다.

박동선 전자신문인터넷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