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가 해외 매출 비중을 늘리는 전략으로 원화가 하락에 따른 원자재 부담을 극복하고 있다. 밀가루와 원당 등 글로벌 곡물가 인상 여파에 따른 실적 악화가 우려됐지만 해외 매출 확대 전략을 구사, 이를 상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구매 네트워크를 구축해 '바잉 파워'를 높여 비용을 줄여 나간 것도 부담 완화에 한몫했다. 국내 식품사가 내년에 해외 생산 거점을 늘리고 투자를 강화하는 만큼 K-푸드의 세계 시장 공략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식품사 가운데 해외 매출 비중이 국내를 넘어선 곳은 CJ제일제당, 오리온, 삼양식품이 대표적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 3분기 해외 매출 비중이 62%를 기록했다. 2분기 연속 해외 매출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CJ제일제당은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7% 늘어난 5조1399억원, 영업이익은 20% 증가한 386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자회사인 CJ대한통운을 제외한 CJ제일제당의 분기 매출이 5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 매출 비중은 약 62%를 넘어섰다. 식품사업의 해외 매출은 1조382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8% 늘었다. 바이오사업과 피드앤케어 사업부문은 각각 매출액 1조3094억원, 7747억원을 기록했다. 바이오와 피드앤케어 사업의 경우 해외 매출이 각각 95%, 80%에 달한다.
특히 식품 부문의 해외 사업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식품 사업은 사상 최초로 분기 매출 3조원, 영업이익 2000억원을 웃돌았다. 미주지역 매출은 1조784억원, 아시아·태평양지역과 유럽지역에선 3038억원을 거뒀다. 해외 사업 성과는 지난 2019년 지분 70%를 인수한 미국 냉동식품업체 슈완스를 통해 생산성 개선, 판촉 효율화, 매출 성장에 따른 고정비 절감 등으로 영업이익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오리온은 3분기 연결 기준 전체 매출(7411억원)에서 해외 매출(511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68%에 이른다. 성장세가 눈에 띄는 해외법인은 러시아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이 103.4% 성장한 1130억원을 기록했다. 러시아 법인은 트베리 신공장 본격 가동 이후 주력 카테고리인 파이 제품의 생산량이 크게 늘면서 9월 가동률이 138%에 달했다. 비스킷 라인업도 다양화하는 등 고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베트남 법인은 매출액이 같은 기간 44% 증가한 1130억원, 중국 법인은 5% 증가한 3357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삼양식품은 올해 3분기 수출액이 전체 매출 비중의 67.3%를 차지했다. 이 기간 수출액은 4507억원, 내수 매출액은 218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삼양식품의 수출 면스낵 매출액은 38.7% 상승했다. 특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영국 등으로의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성장한 것으로 관측된다.
내년에도 국내 식품사들의 해외 진출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풀무원은 최근 중국 베이징 파스타공장 생산라인 증설에 투자했다. 대상은 폴란드에 합작법인을 설립, 2024년까지 신규 공장을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4월부터 미국 제2공장 가동을 본격 시작한 농심은 2025년까지 북중미 시장에서 매출 8억달러(약 1조1400억원)를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