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이온배터리 화재를 빠르게 진압할 수 있는 압축공기포 기반 화재진압시스템이 공개됐다. 데이터센터 화재에 경각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새로운 대안이 될 지 주목된다.
스탠더드시험연구소는 '2022 데이터센터 서밋 코리아'에서 '데이터센터 UPS 리튬이온배터리 화재진압시스템'(이하 시스템)을 발표했다. 시스템은 물과 소화약제, 압축공기를 혼합한 압축공기포를 소화에 활용한다. 소화약제에는 거품을 일으키면서 점성이 있게 하는 성분이 포함돼 있고, 샴푸 거품처럼 생긴 압축공기포로 화재를 진압한다. 랙에 있는 각 배터리 모듈 내에 압축공기포를 집적 주입해서 물의 5배 이상 냉각 성능을 발휘한다. 물 사용을 20분의 1로 줄임으로써 물로 인한 전기·전자기기 침수 등 추가 피해를 막는다.
리튬이온배터리는 효율 때문에 대부분 데이터센터가 사용한다. 그러나 구조적 특성 때문에 일단 불이 붙으면 주변 산소를 없애도 진압이 어렵다.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시 할로겐 가스를 다량 분사하고도 진화에 애를 먹은 이유다. 물을 뿌리는 방식 역시 배터리를 둘러싼 외함 때문에 효과가 크지 않다. 오히려 주변 전자기기 침수나 전원 차단으로 말미암은 서비스 중단 우려가 크다.
박준현 스탠더드시험연구소 대표는 “리튬이온배터리 화재는 유류, 금속, 주방 등에서 발생하는 화재와는 특성이 달라서 전혀 다른 진압 방식이 필요하다”면서 “셀이나 모듈 단위에서 화재를 진압하지 못하고 랙 규모로 번지면 진압이 어렵고 피해도 커진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랙 1개에 모듈 5개를 설치한 실험에서 1분 만에 진압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육상보다 엄격한 화재안전 기준을 적용하는 선박용 전기저장장치(ESS)에서 다수의 공급 사례를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카카오 사태 이후 문의가 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국내 대기업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압축공기포 기반 화재진압시스템은 각 배터리 모듈에 주입구가 필요하다. 신규 데이터센터는 배터리 랙 제조사와 협의해 배터리 모듈 설계·제작 시 반영하고, 기존 데이터센터는 모듈 개조 등 작업이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