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증강현실(AR) 칩(플랫폼)을 새로 공개했다. 스마트 글라스 등 AR 기기 시장 확대에서 걸림돌로 작용하는 크기와 소비 전력을 대폭 줄였다. 퀄컴 인공지능(AI) 기술도 탑재했다. 우리나라 LG를 포함해 10개 이상의 AR 기기 제조사가 해당 칩으로 제품 개발·검토에 들어갔다.
퀄컴은 16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스냅드래곤 서밋 2022'에서 스냅드래곤 AR2 1세대 플랫폼을 공개했다. 퀄컴의 확장현실(XR) 플랫폼인 XR1, XR2, XR2플러스에 이은 네 번째 플랫폼이다. 퀄컴은 기존 AR와 가상현실(VR)·혼합현실(MR) 기기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해 왔다. 이번에 브랜드 이름을 'AR2'로 바꾸면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AR2 플랫폼은 스마트 글라스 등 AR 기기의 '두뇌' 역할을 담당한다. 머리에 쓰는 AR 기기 특성상 얇고 가볍게 만들기 위해 △AR 프로세서 △AR 보조 프로세서 △통신칩(패스트커넥트 7800) 등 3개 칩으로 구성됐다. 핵심인 AR 프로세서는 최대 9개의 카메라를 동시 지원한다. 기기 반응 속도(MTP) 지연시간도 대폭 낮췄다. AI 가속기를 적용해 입력 상호작용 속도를 높이고 사용자 움직임 측정과 위치 측정 등 정확도를 향상했다.
AR 보조 프로세서는 카메라 센서 데이터를 취합하는 역할을 한다. 시선 추적과 홍채 인증도 지원한다. 사용자가 보는 방향에서 데이터를 최적화, 전력 소비량을 줄일 수 있다. 패스트커넥트는 AR 기기와 스마트폰을 연결하기 위한 칩으로, 와이파이 7까지 지원한다. AR 글라스와 스마트폰 간 2㎳ 미만의 낮은 지연성을 확보했다.
3개 칩 통신은 유선으로 연결된다. AR 기기 제조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스마트 글라스를 접는 힌지를 고려하면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등이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퀄컴은 AR2가 전작 대비 전력 효율은 50%, AI 성능은 2.5배 각각 높이고 인쇄회로기판(PCB) 사용은 40% 줄였다고 밝혔다.
퀄컴은 이미 LG, 레노버, 엔리얼, 오포, 피코, 코노크, 로키드, 샤프, TCL, 뷰직스, 샤오미 등 다수 AR 기기 제조사가 AR2 탑재를 검토하거나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퀄컴이 공개한 제조사 가운데 국내 업체는 LG가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020년 5세대(5G) 이동통신 기반 AR 기기 'U+리얼글래스'를 출시한 바 있다. 다만 AR 콘텐츠 부족과 수요 한계로 현재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포켓몬고로 유명한 나이언틱도 스냅드래곤 AR2을 탑재한 AR용 스마트 글라스 시제품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하와이(미국)=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