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동반 생활한 삶이 3년여가 됐다.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분야의 큰 변화는 바로 디지털전환이라 할 수 있다. 학교 수업에서도 디지털 활용은 보편화됐다. 시대 흐름에 따라 교육부는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교육환경 조성 방안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그 가운데 디지털 교과서와 관련해서는 약 15년 전부터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오랫동안 디지털 교과서 적용을 발표해 왔다. 그런데 왜 학교 현장에서는 디지털 교과서 활용이 미진한 것일까. 그동안 어떤 일이 생긴 것일까. 교육부에서 발표한 디지털 교과서 추진 경과를 살펴보면 2008~2013년 교과별 시범 콘텐츠 개발, 2014~2017년 디지털 교과서 시범 적용, 2018년부터 일반 학교에 확대 적용 등을 한다는 것이었다. 이상 경과대로 추진하였다면 코로나19 시기에는 이미 학교 현장에서 잘 사용했어야 했다.
교육부가 발표한 디지털 인재양성 종합방안을 살펴보면 디지털 교육체제로의 대전환 방안으로 'AI, 에듀테크를 활용한 교육 혁명'과 '디지털혁신 지원 교육환경 구축'을 제시하고 있다. 디지털 교과서 개발 보급 사업을 확대하고 디지털 교수학습 통합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런데 기존에 개발한 디지털 교과서와 플랫폼은 잘 활용하였는지 점검부터 해야 할 것 같다. 만드는 것이 중요할까 잘 사용하는 것이 중요할까. 그동안 만든 디지털 교과서와 플랫폼을 학교 현장에서는 어느 정도 사용하고 있을까. 지금이라도 전문가·교사·학생·학부모부터 경청하고 반영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교사와 학생, 바로 수요자가 원하는 디지털 교과서 콘텐츠와 플랫폼이 만들어져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 디지털 교과서 사용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고려하여야 할까. 디지털 교과서 분야 전문가와 학교 현장 교사를 인터뷰해 보았다. 전문가 의견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디지털 교과서 개발 사업을 주도하는 교육부 거버넌스에 문제가 있다. 사업은 정보 관련 부서가 아니라 업무 담당 부서, 즉 교과서 담당 부서에서 책임지고 수행해야 한다. 교과서 담당 부서가 에듀테크를 인식하고 추진해야 효과적이다. 정보 관련 부서는 산파 역할이지 산모 역할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보 부서가 만들어서 보급하는 것 그 자체가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잘 활용하지 않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교과서 담당 부서가 책임지고 디지털 교과서를 개발하도록 업무 주도권을 조정해야 한다.
둘째 사업 추진을 위해 깐깐한 전문가 그룹을 꾸려야 한다. 보편화한 집단지성이 아니라 냉철한 전문성이 필요한 일이다. 두루뭉술한 전문가 그룹을 구성해서 사업을 적당히 진행하는 방식은 애초에 차단해야 한다. 사업 추진 일정을 짧게 잡고 그저 시간에 맞추어서 완료하는 방법으로는 불완전한 콘텐츠와 플랫폼이 탄생하고, 두루뭉술한 전문가 그룹을 통해 사업을 적당히 완료하는 방식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제대로 구성한 전문가 그룹으로 깐깐하게 사업을 관리해야 한다. 셋째 디지털 교과서 구현 및 활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초·중등 교육 상황, 컴퓨터 기술, 네트워크 처리, 첨단 가상현실, 법 제도 등과 나아가 인공지능 기술이 폭넓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적절한 속도의 네트워크, 보급한 태블릿 정보기기의 특성, 사용자 기반 경험과 인터페이스, 적정 기술 구현, 저작권법 등 여러 요소와 조화를 이루며 구현돼야 한다. 종합적으로 고려하되 무엇이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반영해야 한다. 잘 사용하지 않게 되는 원인의 하나는 바로 종합적 고려가 부족한 것이 아니었을까.
다음은 디지털 교과서를 직접 사용하는 학교 현장의 교사 의견이다. 첫째 디지털 교과서 사용에 시간적 효율이 반영되어야 한다. 각 과목의 디지털 교과서를 내려받아 설치하는 방식은 수업 시간을 매우 낭비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정보기기 용량 부족 문제로 어느 교과를 설치했다가 삭제하고 다른 교과를 설치해야 하는 문제는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하지 않게 하는 또 하나의 원인이다. 디지털 교과서는 실시간 접속해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방식을 제안한다.
둘째 디지털 교과서는 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하기 위해 로그인부터 하는 것보다 로그인은 필요한 경우에 하게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유튜브를 사용할 때도 로그인 없이 쓸 때와 로그인을 해야 할 때가 있는 것처럼 교과서 콘텐츠를 사용할 때 로그인부터 요구하는 것은 사용을 불편하게 한다. 로그인 방법도 교육용으로 쉽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초등학생도 사용하기 쉽도록 어렵지 않은 로그인 방식을 도입하자.
셋째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해서 교사와 학생이 상호 작용할 수 있어야 한다. 동영상과 교과서 화면을 보여 주는 정도는 기존 수업에서도 가능한 일이다. 서책형 PDF 파일을 나누어 주는 것만으로 디지털 교과서라고 칭하는 것은 웃기지만 슬픈 현실이다. 디지털 교과서는 학생 개개인이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으면서 수업에서 교사와 함께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교사가 디지털 교과서로 과제를 제시하면 학생은 과제를 수행한 후 그 결과를 수업 시간 발표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교과서 플랫폼이 교사와 학생의 수업 상호작용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 넷째 교수·학습 유틸리티를 편리하게 쓸 수 있어야 한다. 교사와 학생 활동에 필요한 상호작용 유틸리티를 충분히 제공하고 이를 활용해서 교수학습을 진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선생님의 수업 도구, 학생의 발표 도구, 발표자 선정 도구, 숫자 세는 알람, 학습자 그룹 작성, 화이트보드 기능, 펜 쓰기 및 스티커 기능 등 필요한 유틸리티가 적지 않다. 종래의 디지털 교과서에도 들어 있는데 이를 더욱 다양하면서도 쉽게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학교 현장은 디지털 활용 환경이 어느 때보다 빠르게 구축되고 있다. 교실 안에서 쓸 수 있는 빠른 속도의 와이파이가 설치되고, 디지털 태블릿 역시 1인 1대씩 보급되고 있다. 전국 각 학교 상황에 따라 보급에 차이는 있지만 학교 교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정보기기가 갖춰져서 디지털 수업을 하기에 훨씬 쉬워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활용한 수업사례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경주국립박물관 가상현실(VR) 체험관을 이용해 박물관 견학하기, 반크에서 제공하는 실감형 증강현실(AR)로 독도 관찰하기, 구글에서 제공하는 아트앤드컬처로 3D 활동하기 등이 있다. 태블릿을 활용하면 교실을 넘어 다른 세계에 어렵지 않게 다녀올 수 있다. 현실에서는 수업하기 곤란한 과학 실험, 사회 현상 시뮬레이션, 안전 교육 등을 할 수 있다. 태블릿 하나로 학교 수업이 효과적이고 다채로워진다. 태블릿 기반 수업을 효과적이고 흥미롭게 하는 것의 중심에 디지털 교과서가 있어야 한다. 디지털 교과서가 바로 학교 현장에서 콘텐츠 기반 수업 허브여야 한다. 학교 현장에 네트워크와 태블릿 보급이 이뤄지는 지금 이 시점이 바로 디지털 교과서를 확대 적용할 시점이 아닐까 싶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미래 교육의 초석으로 디지털 교과서를 안착시키는 것은 어떨까. 디지털 교과서를 중심으로 학교 교육에서의 에듀테크 실현을 도모해 보자. 전 세계에서 주목하는 선진 한국 교육 사례로 디지털 교과서가 거론되도록 노력해 보자. 교사·학생 모두에게 효율 높은 교육이 디지털 교과서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구덕회 서울교대 컴퓨터교육과 교수 dhk@snue.ac.kr
<필자> 구덕회 교수는 서울시 초등교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위촉연구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선임연구원, 대구교대 컴퓨터교육과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서울교대 컴퓨터교육과 정교수로 있다. 정보·컴퓨터교육, 데이터과학·인공지능교육, 소프트웨어·인공지능교육을 연구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에게 찾아가는 교육 기부, 초·중등학생 컴퓨팅 교육, 교사 연수, 석·박사과정 대상 강의 등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