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만났다. 우리나라와 사우디아라비아가 민관을 망라한 다양한 경제협력을 추진키로 한 가운데 '네옴시티'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국내 기업들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 정의선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등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동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현재 총사업비 5000억달러(한화 약 660조원) 규모의 사우디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 '네옴시티'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빈 살만 왕세자와 지난 2019년 만남 때부터 진행해 온 스마트시티 건설 관련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과 빈 살만 왕세자는 이전부터 인공지능(AI), 5세대(G) 무선통신, 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한 스마트시티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교류를 꾸준히 이어 왔다.
이날은 네옴시티 사업계획과 관련해 구체적인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은 앞서 삼성물산·현대건설 컨소시엄을 구성해 네옴시티 '더라인' 터널공사를 수주한 상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는 친환경 에너지와 배터리, 바이오, 반도체 등 이른바 'BBC' 분야에서 협력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이 보유한 에너지 밸류체인 인프라는 세계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최근에는 빌 게이츠가 설립한 소형모듈원자로(SMR) 업체 미국 테라파워에 3000억원 넘게 투자하기도 했다. SMR는 사우디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필요한 친환경 에너지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바이오 사업 협력 가능성도 나온다.
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팜 등 SK그룹 바이오 제약사들이 사우디에 진출할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선 회장과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모빌리티와 스마트시티 분야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은 UAM을 핵심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삼고 있다. 정 회장은 각국 항공업계 인사들을 만나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UAM 사업을 직접 주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친환경 이동 수단과 에너지, 물류, 자원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스마트시티 연구에도 주력하고 있다. 네옴시티 건설을 추진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측에서 관심을 보일 만하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올해 3월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와 함께 친환경 내연기관 엔진과 연료를 개발하기로 하고 공동연구 협약을 맺는 등 탄소중립 관련 협업에 착수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과는 태양광 사업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은 미국 주거 상업용 태양광 시장에서 1위를 이어가는 등 세계적 기술력을 보유했다. 무엇보다 사우디가 추진 중인 네옴시티는 건물 외벽을 태양광으로 둘러싸는 형태다.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한 자가 발전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한화솔루션과 협업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문화 컨텐츠 관련해 사우디와의 협력 물꼬를 튼 것으로 보인다. CJ는 음악 뿐 아니라 영화산업에서도 세계 각지를 개척하고 있다. 박정원 두산 회장과는 사우디 수소 생태계 전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날 사우디와 주조·단조 공장 건설 추진을 합의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