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분기 국내 노트북 시장에서 두 분기 연속 역성장하며 수요 둔화 직격탄을 맞았다. 전 분기에 2위까지 치고 올라왔던 에이수스코리아 역시 공공 물량이 대거 빠지면서 시장 5위로 떨어졌다. 애플코리아, 한국레노버 등 외산 기업이 맹추격하면서 '2위 경쟁'은 혼전 양산을 보인다.
전자신문이 입수한 올해 3분기 국내 노트북 시장 출하량 데이터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5만8000대를 출하,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3%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2분기(-7.4%)에 이어 두 분기 연속 감소세다. 출하량 기준 점유율은 33.8%로 시장 1위를 유지했다.
지난 2분기에 처음 2위에 오른 에이수스코리아는 3분기에 작년 동기 대비 30% 가까이 줄어든 5만5000대 출하에 그치면서 5위로 내려왔다. 대신 LG전자가 6.9%가량 성장한 15만800대를 공급, 에이수스를 밀어내고 2위를 탈환했다.
중위권을 형성하던 애플코리아와 한국레노버 성장이 두드러졌다. 두 회사는 3분기 각각 11만2000대, 10만3000대를 출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7.7%, 18.3% 성장한 수치다. 애플코리아는 처음으로 국내 시장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삼성전자, 에이수스코리아의 부진은 전반적인 수요 둔화 속 기저효과가 작용한 결과다. 올해 3분기 국내 노트북 출하량은 76만2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6.2% 감소했다. 지난해 2분기 3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한 이후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삼성전자와 에이수스코리아는 '코로나 특수'를 타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가파른 성장을 거듭해 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50%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이며 독주체제를 굳혔다. 에이수스코리아 역시 게이밍 노트북을 중심으로 꾸준히 점유율을 늘려왔다. 올해 들어서는 경기도교육청의 대규모 스마트기기 공급 사업을 따내면서 200%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수요 둔화와 기저효과, 공공사업 종료 등에 따라 하반기 들어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이다.
LG전자가 3분기 소폭 성장하며 2위로 복귀했지만 확고한 우위를 점하진 못했다. 그동안 4~5위권에 머물던 애플코리아가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꾸준히 분기 10만대를 출하하는 한국레노버와 에이수스코리아까지 2위 싸움에 합류, 절대적이던 '삼성-LG' 양강 체제도 위태롭다.
4분기 경쟁은 한층 과열될 전망이다. 업계는 내년 초 신제품 출시를 앞둔 데다 수요 둔화에 따라 산적한 재고 처리를 위해서라도 공격적인 가격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이태원 참사 영향으로 대대적인 온·오프라인 마케팅 행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파격적인 가격 할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노트북 업계 관계자는 “3분기 노트북 출하량이 6%가량 줄었지만, 실제 판매 수량은 10% 이상 줄었을 것”이라면서 “아카데미 시즌이 시작됐지만 이태원 참사로 사회적 분위기가 무거운 것을 고려,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이 어려운 대신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실적을 방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