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이 정부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라 인력감축을 골자로 조직 개편을 추진한다. 중소기업·스타트업·소상공인 등 중기부 관련 업무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모든 공공기관에 일괄적으로 인력 감축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 중기부 산하 공공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중장기 경영목표(2023~2027년)에 따르면 대다수 기관이 정부 가이드라인에 맞춰 핵심기능 중심의 조직 슬림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진공은 조직혁신 방향 중 하나로 효율성을 꼽고, 기능조정과 슬림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핵심사업 중심으로 기능을 조정하고, 대부서화를 단행한다. 소진공 역시 원칙적 인력감축에 따라 인력을 정비하되 내부 사정을 고려한다는 기준을 세우고, 비핵심기능은 폐지 또는 축소하면서 유사·중복 수행 부서는 통폐합하기로 했다.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은 대부서화 등을 통한 기능조정과 핵심기능 중심 조직 슬림화 계획을 경영목표에 담았다. 창업진흥원은 스왓(SWOT) 분석에서 '인력감축 등 공공기관 혁신을 위한 경영효율화 지속 요구'를 위기요소로 꼽았다. 특히 가이드라인 등에 따라 인력·예산·자원 등을 감축하는 상황에서 창업성과 등 생산성 제고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대외여건 악화와 코로나19 여파 장기화 등으로 중기부 산하기관이 떠안은 과제가 산적했다는 점이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벤처·스타트업 육성은 필수적이며,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소상공인 대책도 중요하다. 또 국내 전체기업 중 99%에 달하는 중소기업 육성·지원도 강조된다. 중기부 산하기관 축소가 현실과 맞지 않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 중기부 산하기관 관계자는 “중기부 산하기관 업무 부하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서 조직 슬림화 계획에 부담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 창궐 후 가장 고생한 공공기관은 누가 뭐라 해도 단연 중기부 산하기관”이라면서 “코로나19 여파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데, 칼로 무 베듯 모든 기관을 대상으로 일괄적인 인력감축을 단행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소진공 인력 문제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었다. 최근 3년새 소진공 업무가 폭증하는데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원을 줄이는 게 맞느냐는 질타가 쏟아졌다. 당시 박성효 소진공 이사장은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맞춰가야 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답했다. 기관이 처한 실정과 상관 없이 정부 지침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일괄적 조직 축소를 추진할 게 아니라 정책 수요가 있는 기관은 확대하는 등 합리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부문은 정책 이슈가 많아 단순히 인력을 줄이는 방향으로 접근하면 업무 효율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면서 “인력 운영에 방점을 찍어 업무효율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재학기자 2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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