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우리나라 토종 미생물과 해외 미생물을 결합하여 신규 암 전이 억제물질을 개발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김장성) 화학생물연구센터 장재혁 박사팀은 울릉도 토양에 서식하는 토종 미생물과 남극에 서식하는 곰팡이를 혼합배양하여 새로운 암전이 억제물질 발굴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향후 토종 미생물을 기반으로 한 암 전이 치료제 개발과 미생물 유래 신규 의약 후보물질 발굴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생물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물질 중 생식이나 발달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는 이차 대사산물은 항암제나 항생제와 같은 의약품으로 개발되어 왔으며, 현재도 신약 개발의 중요한 출발물질로 여겨지고 있다.
최근 생명공학 기술의 발달로 그동안 몰랐던 미생물 대사물질의 생산과 작용 메커니즘이 밝혀지고, 자원의 뱅킹화로 만들어진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휴면유전자의 활성화를 통한 새로운 대사물질 확보가 가능해지면서 미생물 대사물질이 신약후보물질로서 가치를 재조명받고 있다.
연구팀은 울릉도 토양에 서식하는 토종 방선균과 남극 킹조지 섬에 서식하는 곰팡이를 혼합 배양하여 새로운 암세포 이동 억제효과를 지닌 신약 후보물질 울릉도린(Ulleungdolin) 을 개발하였다.
연구팀은 울릉도 토양에서 분리한 방선균(Streptomyces sp. 13F051)이 새로운 화학구조를 가진 울릉도린을 생산한다는 것을 확인하였으나, 그 구조나 기능을 밝히기에는 단일 배양으로 생산되는 양이 부족하였다.
하지만 이를 남극 킹조지 섬에 서식하는 지의류에서 분리한 곰팡이(Leohumicola minima 15S071)와 혼합배양하자 생산량이 10배 이상 증가하여 울릉도린의 구조를 밝히고, 나아가 암세포에 대해 독성을 갖지 않으면서도 유방암세포의 이동성을 낮춰 주는 기전을 발견하며 암전이 억제제로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연구팀은 남극의 곰팡이가 생산하는 특정 물질이 울릉도린 생산에 관여하는 방선균의 생합성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하고 해당 물질을 찾기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연구책임자인 장재혁 박사는 “이종 간 혼합 배양을 통해 잠들어 있는 생합성 유전자의 발현을 유발하여 신규 의약 활성 물질 생산 및 목표 물질의 생산력을 증대시킨 성과”라며, “인류가 활용하고 있는 미생물의 수는 극히 일부이며, 여전히 무궁무진한 미생물의 잠재능력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면 암과 같은 희귀 난치 질환을 포함한 다양한 질병에 대응에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연구팀은 울릉도와 제주도 토양에서 확보한 방선균들로부터 신약 개발에 이용할 수 있는 물질들을 새롭게 발굴해 울릉아닐린(Ulleunganiline), 제주케토마이신(Jejuketomycin), 제주카바졸(Jejucarbazole) 등과 같이 지역명을 활용한 이름을 부여하고 일반에 공개하며 토종 미생물에 대한 가치를 높이고 있으며, 이들 물질의 대량확보와 함께 암을 포함한 다양한 질환을 대상으로 활용도를 높이고자 후속연구를 진행 중이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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