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이 쓰는 표현으로 '퀄리티 타임'(Quality Time)이라는 말이 있다. '귀중한 시간'이라는 의미다. 퇴근 후 자녀와 보내는 시간,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최근에는 혁신 기술을 탑재한 다양한 가전이 우리 일상에 등장해서 가사 노동에 시달리는 대신 여유 있는 퀄리티 타임을 선사하고 있다.
잠시 상상해 보자. 하루 종일 바깥에서 업무에 시달리다 퇴근한 저녁 시간. 입고 온 겉옷은 의류 가전 옷걸이에 걸어 두기만 해도 깨끗하게 관리되고, 주방 가전이 재료에 맞춘 최적 요리법으로 조리를 시작한다. 소파 아래에 있는 로봇청소기는 조용히 바닥 잡동사니를 피해 집안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먼지를 닦고 물걸레 청소까지 자동으로 끝내 준다. 터치 한 번으로 대부분의 집안일을 가전이 실행하는 동안 나는 가족과 따스한 말 한마디라도 더 나눌 수 있다.
로봇청소기는 지난 몇 년 동안 빠르게 우리 일상에 스며든 대표적 '퀄리티 타임 가전'이라 할 수 있다. 국내 수요도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2018년 약 800억원이던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지난해 2055억원으로 성장했다. 최근 4년 성장률은 연평균 36%다. 올해는 시장 규모가 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등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로봇청소기가 처음부터 대중적 인기를 얻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초기에는 정확하지 않은 주행으로 경로를 이탈하고, 제대로 사물을 인식하지 못해 집안 어딘가에 처박혀서 사람이 꺼내 줘야 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좌식 문화가 발달한 국내가구 특성상 먼지를 빨아들인 뒤 물걸레질까지 해야 깨끗하게 청소했다고 여기는데 구석의 먼지 청소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로봇청소기가 못미덥다는 평가를 받은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글로벌 로봇청소기 기업들이 수년 동안 연구개발에 몰두한 결과 현재 로봇청소기는 주거환경에 최적화된 위치 인식 기술과 센서를 탑재, 사람의 눈과 손보다 정확해졌다. 특히 로봇청소기에 탑재되는 '라이다(LiDAR) 센서'는 로봇청소기 흥행을 이끈 핵심 기능이다. 주로 고성능 자율주행차와 산업용 로봇에 응용되는 기능을 로봇청소기에 접목시켜 방 형태, 장애물과의 거리를 인식해서 집의 지도를 그려 가며 꼼꼼한 청소를 도와준다. 카펫 센서를 탑재해 러그나 카펫을 자동으로 감지해서 물걸레를 올려 바닥이 젖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오토리프팅 기능도 등장했다.
아무리 뛰어난 하드웨어 스펙을 가지고 있더라도 편리하면서 안정적인 애플리케이션이 뒷받침되었을 때 제대로 된 사용이 가능하다. 로보락은 자체 제작한 애플리케이션을 오랜 기간 오류 개선과 새로운 기능을 업데이트해 높은 안정성과 뛰어난 편의기능을 갖췄다.
자동화 기능도 한층 고도화됐다. 이전까지는 로봇청소기가 청소를 마치면 사람이 바로 먼지통을 비우고 직접 더러워진 물걸레를 빨아서 햇빛에 말려야 했다. 최근 등장하는 올인원 로봇청소기는 강력한 흡입 청소와 물걸레 청소 기능 제공은 기본이다. 다양한 모듈이 자동으로 먼지통을 비워 주고, 물걸레를 세척한 뒤 열풍 건조까지 해 준다. 자연 건조 대비 6배 이상의 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덤이다. 이제 사람은 그저 오수통을 비우고, 1주일에 한 번 물통을 채우고, 7주에 한 번 먼지가 찬 더스트백을 교체해 주면 된다. 현재 로봇청소기 시장의 트렌드는 로봇청소기 본체 기능보다 청소 유지 관리 부분인 도크 성능을 얼마나 자동화하느냐가 관건이다.
매일 퇴근 후 30분씩 로봇청소기로 집안 청소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사람이 아낄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이면 210분, 1개월이면 900분에 이른다. 연간으로 계산해 보면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이처럼 로봇청소기는 단순히 청소를 돕는 것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시간과 체력이 소요되는 청소 노동에서 벗어나 육아, 운동, 휴식, 독서 등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여유 제공에 진정한 의미가 있다.
앞으로 스마트한 소비자는 가전 기능만 보고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제품이 줄 수 있는 부가적인 가치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할 것이다. 혁신적인 기술력과 함께 한층 풍요로운 라이프스타일, 자기계발을 위한 여유, 가족이나 지인과의 여가 시간 향유 등 가전업계가 소비자에게 선사할 수 있는 퀄리티 타임이 더욱 늘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김서영 로보락 한국 마케팅 총괄 seoyoung.kim@roboroc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