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내년도 예산의 본격적인 증액 및 감액 심사를 시작했지만, 대부분 사업에서 여야 격론이 벌어지며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검찰수사와 윤석열 대통령 외교참사 논란에 따른 여야간 갈등 국면이 예산 심사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국회 예산소위는 22일까지 감액 심사를 마무리하고 23일부터 증액 심사를 돌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앞서 17일과 18일 양일간 진행된 감액 심사에서 7개 상임위원회 소관 예산안 심사에서 상당수 사업이 보류되는 등 여야간 충돌 양상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예산소위가 감액 심사를 착수하지 않은 상임위는 10곳에 달한다. 이중 6곳은 상임위원회 자체적인 예비심사도 못한 상황이다. 이미 운영위는 '경호처 시행령', 국토교통위는 '용산공원 조성사업', 교육위는 '고등교육 특별회계' 등이 논란이 되며 심사 파행 사태를 겪었다.
정치권 분위기도 초긴장 상태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구속으로 민주당의 불만은 최고조로 커지고 있다. 야권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단독 추진도 갈등 국면을 키울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미 정부 예산안에 대해 대규모 칼질을 예고했다. 이중 청와대 이전 및 용산 대통령실 관련 예산 등 '윤석열표 예산'에 대해서는 완강한 거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산업 부분에서도 디지털플랫폼 정부 예산과 소형모듈원자로(SMR) 관련 예산에서 대폭 삭감을 제기하고 있다. 디지털플랫폼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디지털 뉴딜' 사업과 이름만 바뀐 것이라며 사업의 적정성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나마 쟁점이던 경찰국 관련 예산이 당초 2억900만원에서 1억8800만원으로 10% 삭감으로 합의 통과되는 등 일부 난맥상이 풀리는 모습도 보였다. 경찰국 예산은 당초 민주당이 전액삭감을 주장하던 사안이다. '이재명표 예산'으로 불리며 민주당이 강한 의지를 보였던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은 5000억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정치권은 법정시한인 다음달 2일까지 예산안 처리는 어렵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다만 여야간 예산 일부를 서로 주고받는 식으로 조정해 정기국회 종료일인 9일까지는 마무리한다는 게 목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예결위원장과 예산조정소위원장, 각 상임위의 다수 위원장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으로, 정부 예산이 발목 잡힌 형국”이라며 “정부 예산은 삭감, 민주당표 예산은 증액된 상황에서 최대한 조율을 통해 접점을 찾아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