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KT와 LG유플러스의 5세대(5G) 이동통신 28㎓ 대역을 할당 취소해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사상 유례없는 할당 취소에 KT와 LG유플러스는 물론 SK텔레콤도 적지 않게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G 28㎓ 대역과 관련 각각 27.3점과 28.9점을 받은 KT와 LG유플러스에는 할당 취소 처분을, 30.5점을 받은 SK텔레콤에는 이용기간 6개월 을 단축했다.
이 같은 과기정통부 결정은 사업자가 공공재인 주파수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을 시 사업자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회수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다. 과기정통부는 KT·LG유플러스의 28㎓ 대역 중 1개 대역에 대해서는 신규 사업자 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국망 단위 제4 이통사를 의미하지는 않더라도 미국과 같이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한 이통사가 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규제가 강화될 전망이다. 과기정통부는 할당 조건을 이행하지 않는 사업자에게 경제적 불이익을 줄 수 있도록 이행강제금 등 제도적 방안 마련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엄격한 결정에 따른 이용자 보호 또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국정과제인 28㎓ 기반 지하철 와이파이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통 3사는 수도권 지하철 2·5·6·7·8 호선을 나눠 기지국 구축을 완료하고, 내년부터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었다.
KT와 LG유플러스의 주파수가 회수되면 양사가 구축한 5, 6, 7호선에서는 서비스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다른 사업자가 기존 KT와 LG유플러스가 구축한 호선을 이관받는 방식이나 특수목적법인(SPC) 등을 설립해 사업을 계속 이어나가는 방식 등이 제기된다. 지자체가 예산을 확보해 사업자가 구축·운영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차관은 “SK텔레콤은 지하철과 관련해 그 의무를 지도록 하는 게 타당하고, 할당 취소 가능성이 높은 2개 사업자는 국민과의 약속을 이행한다는 측면에서 전향적 자세를 가지고 협의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할당 취소를 면했지만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업계에서는 추가 할당을 요청한 3.7~3.72㎓ 대역 주파수 확보를 위해 28㎓ 투자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는 관측도 제기한다. 그러나 SK텔레콤 역시 할당조건을 이행하기 위한 부담이 적지 않다.
SK텔레콤은 지난 연말 기준 기지국 구축 수량인 1605대를 제외하고 내년 5월 31일까지 1만3000여대 이상을 더 구축해야 한다. 28㎓ 투자가 수익이 없다고 판단을 내린 상황에서 수천억원대 대규모 투자 이행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KT와 LG유플러스와 공동구축한 수량을 자사 수량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장비 생산·구축 등 일정을 맞출 수 있을지도 고민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해서는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