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 대응을 위한 기금 조성이 타결됐다. 최근 기후변화가 촉발한 홍수·가뭄·폭우·폭염 등 '손실·피해' 규모가 개도국을 중심으로 급증한 가운데 역사적 합의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COP27 의장국인 이집트의 사메 수크리 외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손실과 피해 대응을 위한 기금 조성 등 내용을 담은 총회 합의문 성격의 '샤름 엘 셰이크 실행 계획'을 당사국 합의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이번 총회에서 개도국 진영은 산업화 과정에서 막대한 규모의 온실가스를 배출해온 선진국에 더 큰 책임을 요구했다. 기후변화가 촉발한 해수면 상승 등 피해가 선진국보다 인프라 대비가 미흡한 저개발국가에서 급증하고 있어서다.
실제 파키스탄은 올여름 예년보다 훨씬 심각한 대홍수로 국토의 3분의 1가량이 물에 잠기고 사망자는 약 1720명에 달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근본원인으로 '기후변화'를 꼽고 인한 COP27에서 선진국 진영에 피해 대응을 촉구했다. 실제 올해 해수면 상승 속도는 1993년의 2배였고 해수면 높이는 2020년 1월 이래 10㎜ 상승해 올해 최고 기록을 세웠다.
6일(현지시간) COP27 개막 이후 마라톤 협상 끝에 합의문에는 “기후변화의 악영향은 주민의 비자발적 이주, 문화재 파괴 등 엄청난 경제적, 비경제적 손실을 유발하면서, 손실과 피해에 대한 충분하고 효과적인 대응의 중요성을 분명하게 보여줬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사국들은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로 인한 엄청난 재무적 비용은 빚 부담을 늘리고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의 실현 가능성을 위축시켰다”고도 진단했다. 또 합의문에 “사상 처음으로 손실과 피해에 대응하기 위한 재원 조달이 성사된 것을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셰리 레흐만 파키스탄 기후 장관은 “기후 취약국의 목소리에 대한 응답한 성과”라며 “지난 30년간 (COP 총회) 여정을 이어오며 샤름 엘 셰이크에서 사상 처음으로 긍정적인 이정표를 세웠다”고 전했다.
사이먼 스티엘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도 “절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우리는 밤낮으로 노력했다”고 말했다.
선진국부터 개도국까지 손실과 피해 대응을 위한 기금 조성에 동의하며, 향후 어떤 피해를 어느 시점부터 보상할지, 누가 어떤 방식으로 보상금을 부담할지 등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한편, COP27에서는 지구 온도 상승 폭 1.5도 제한 목표 달성을 위해 석탄 발전뿐 아니라 석유·천연가스 등 모든 화석연료 사용을 감축하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전원 동의를 얻지는 못했다.
이에 대해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지구가 응급실에 있는데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의 배출가스 저감을 위한 충분한 노력이 담기지 않았다”며 “더 많은 것을 이뤄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