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순서가 어떤 식으로든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앞선 지원자에 대한 평가가 다음 지원자의 평가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공정하지 않고 비합리적으로도 보이지만, '뇌가 합리적으로 인지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UNIST(총장 이용훈)는 권오상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팀이 '순서대로 제시되는 시각 대상을 평가할 때, 직전 평가가 현재 평가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고, 그 결과 현재 평가는 바로 전 평가와 '비슷한 방향', 바로 전 대상과는 '멀어지는 방향'으로 동시에 작동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21일 밝혔다.
권 교수팀은 이러한 상반된 인지편향이 만들어지는 계산과정을 설명하는 수학적 모델도 제시했다.
쇼핑이나 만남 등 일상에서 대상에 대한 평가는 순서대로 이뤄진다. 사람은 앞에 것을 기준 삼아 현재(눈앞)의 것을 평가하며, 상반된 평가 방향이 동시에 나타난다. 우수한 면접자나 상품을 본 후 다음 것이 더 나쁘게 보일 때도 있고, 긍정적 인식이 이어져 좋게 보이기도 한다.
이번 연구는 이런 두 가지 상반된 인지편향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음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권 교수는 “우리가 경험하는 거의 모든 대상은 시간적 연속성을 가진다. 대상은 천천히 변하고 감지되기 때문에 직전과 현재는 비슷하다고 가정하는 게 합리적이다. 하지만 대상의 변화를 파악하려면 그 차이점을 극대화하는 게 효과적이므로 뇌 인지는 두 방향을 모두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오늘 폭염주의보가 있었다면 내일 갑자기 폭설이 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다. 환경은 천천히 변하기에 직전 상태와 현재가 비슷하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반면, 어제 날씨가 찌는 듯 더웠다면 오늘 약간만 떨어져도 어제보다 선선한 편이라 느낀다. 변화를 감지하는 차이점을 극대화한 결과다.
권 교수팀은 이런 인지편향은 뇌의 인지 처리가 대상의 상태를 '표상'하고, 이 표상을 '해석'하는 두 과정으로 나뉘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표상은 대상의 정보를 뇌로 입력하는(encoding) 과정이고, 해석은 입력된 정보를 풀어내는(decoding) 과정이다. 인지 과정에서 표상과 해석은 분리돼 있으며, 각각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상반된 인지편향이 동시에 나타난다.
권 교수팀이 만든 수학적 모델에 따르면, 뇌는 대상의 상태를 표상할 때 직전 상태에서 변화를 잘 감지할 수 있도록 제한된 정보처리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한다. 다음으로 표상을 해석할 때는 바로 전 대상을 통해 얻은, 현재 상태의 예상치를 방금 얻은 표상과 통합해 수학적으로 최적화해 추론한다.
권 교수는 “바로 전 대상에 따라 현재 대상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는 것이 일견 비합리적 행동으로 보일 수 있으나, 사실은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수학적으로 최적화된 의사결정을 내린 결과”라며 “우리의 편향된 평가는 결국 역설적이게도 우리 뇌의 합리성에서 비롯됐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인지편향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갈등과 양극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뇌 인지 처리에서 나타나는 순서효과를 규명한 이번 연구가 사회문제 해결책을 찾는 단초로 작용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