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용산 시대 개막을 알린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이 21일 전격 중단됐다. 언론과의 소통창구인 대통령실 대외협력비서관은 자진 사임했다.
'국민 속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는 윤석열 대통령 의지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11월 21일부로 도어스테핑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스스로 질문받고 견제받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게 윤 대통령 의지지만, 고성을 지르는 등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국민과 소통을 저해하는 장애물이 된다는 우려도 있다”고 부연했다.
'불미스러운 일'은 지난 18일 도어스테핑 종료 후 MBC 출입기자가 집무실로 향하던 윤 대통령에 '뭐가 악의적입니까?'라고 두 차례 소리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윤 대통령은 당시 MBC가 '악의적'이라고 비판했다. 동남아 순방 때 MBC 출입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거부한 것에 대한 답변이었다.
윤 대통령은 그대로 집무실로 향했지만, YTN 기자 출신 이기정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과 해당 기자가 충돌했다. 대통령실은 이후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 명의 서면브리핑을 통해 'MBC가 악의적인 이유 10가지'를 밝히는 등 감정싸움 양상까지 번졌다. 이를 두고 여야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정치 현안으로 비화했다.
대통령실은 주말 동안 자체 회의를 거쳐 현 상태로는 도어스테핑을 계속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윤 대통령도 이날 오전 9시 1분 용산 대통령실 청사 1층에 도착했지만, 바로 집무실로 향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도어스테핑 공간과 출입기자 공간을 나무칸막이를 세워 차단했다.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은) 중요한 국정 운영 자리에 기자가 국민을 대신해 있는 것이다.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과 출입기자단 가교 역할을 맡은 김영태 대외협력비서관도 자진 사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불미스러운 사고에 대해 도어스테핑을 책임자로서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며 사의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은 '품위 손상' 등의 이유로 MBC 출입기자 징계 절차를 위한 운영위원회 소집을 출입기자 간사단에 요구했다. 간사단은 현행 규정을 이유로 거부했다. 해당 기자가 품위를 손상했는지 여부 등은 간사단이 판단할 영역이 아니며 징계 근거가 되는 규정에는 '도어스테핑'이 포함되지 않아 개정 작업 중인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간사단은 “특정 언론과 대통령실 대결 구도가 이어지면서 이번 사안과 무관한 다수 언론이 취재를 제한받는 상황이 생기지 않길 바란다”는 입장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이에 따라 '도어스테핑=윤석열'이라는 공식이 계속될지도 미지수다. 도어스테핑은 윤 대통령 취임 다음날인 5월 11일부터 지난 18일까지 모두 61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오전 외부행사, 순방 등 별도 일정이 없을 때는 항상 도어스테핑을 해 왔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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