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염증성 사이토카인인 종양괴사인자(TNF) 신호를 제어하고 류마티스 마우스 모델에서 효과적인 치료 효능을 보이는 TNF 억제 화합물을 발굴했다. 이에 류마티스 관절염과 크론병, 건선을 비롯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에 적용돼 환자들의 치료 편의와 효과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주대는 최상돈 생명과학과·대학원 분자과학기술학과 교수가 TNF 신호를 제어하는 TNF 억제 화합물을 발굴했다고 21일 밝혔다.
류마티스 관절염과 크론병, 건선 등은 인체 내 면역세포가 자신의 조직을 공격해 생기는 자가면역질환이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면역 체계에 의한 지속적인 염증 반응으로 연골에 손상이 생겨 관절을 파괴한다. 크론병은 구강에서 항문까지 위장관 전체를 침범할 수 있는 만성 난치성 염증성 장 질환, 건선은 면역계가 피부 세포를 병원균으로 오해해 각질을 만들어내는 세포를 지나치게 자극하는 만성 염증성 피부 질환을 말한다.
전 세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 규모는 연 300조원 이상으로, TNF 억제 항체 약물이 치료제 시장의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TNF는 세포의 증식, 분화 및 자멸사와 같은 다양한 종류의 세포 활동에 관여한다. 종양괴사인자가 과도하게 분비되면 자가면역질환이나 염증성 질환을 유발한다.
현재 자가면역질환의 치료를 위해 개발된 TNF 억제 생물학적 제제는 다수 존재(대부분 항체 약물)하지만, 상업적으로 이용이 가능한 소분자(small molecule) 억제제는 개발되어 있지 못하다.
소분자는 생물학적 과정을 조절할 수 있는 저분자량의 유기 화합물이며 크기는 1㎚ 정도로, 경구용 약물로 사용할 수 있어 치료제로 선호되는 분자의 형태다.
아주대 공동 연구팀은 인공지능(AI)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TNF의 삼량화를 억제할 수 있는 화합물을 발굴했다.
4000만개의 후보물질을 스크리닝하고 개량하는 과정을 통해 새 화합물의 효과를 세포·동물실험을 통해 입증해 낸 것이다.
연구팀이 발굴한 TNF 억제 화합물은 세포 자멸사를 지연시켜 인간 및 마우스 세포에서 사멸 완화 효과를 보였고, 염증성 사이토카인들의 분비를 억제함을 확인했다.
또한 콜라젠 유발 다발성 관절염의 마우스 모델에서 발 부종, 무릎관절 병리의 조직학적 지표, 관절의 염증 침윤 및 전체 관절염 지수를 크게 감소시켰다.
이 물질은 경구 투여가 가능해 류마티스 관절염, 크론병, 건선을 비롯한 다수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개발될 수 있을 전망이다.
최상돈 아주대 교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분자역학에 기반한 신약 개발 시스템을 통해 경구 투여가 가능한 자가면역질환 화합물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 이번 연구의 성과”라고 설명했다.
해당 연구는 '동종삼량체화 인터페이스를 방해하는 경구 활성 소분자 TNF 억제제의 마우스 염증성 관절염 개선'이라는 논문으로 '사이언스' 자매지인 '사이언스 시그널링' 11월8일자에 게재됐다.
이 연구는 최상돈 교수 외에 김문석 교수(응용화학생명공학과·대학원 분자과학기술학과)와 경희대 의과대학 함대현 교수, 에스앤케이테라퓨틱스 마리아 바툴(Maria Batool) 선임연구원이 연구에 참여했다.
인천=김동성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