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독일 공동연구팀이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얻는 수전해 과정에 필요한 비귀금속 촉매의 수명을 70배 향상시키는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물 분해 그린수소 생산 공정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중립사회로 진입하기 위한 기술로서 물을 전기분해 해 수소를 얻는 수전해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촉매를 이용한 수전해 과정에서는 산소발생 반응이 일어나면서 촉매의 활성금속이 전극에서 유실되어 전체 수전해 시스템의 효율이 저하된다.
이리듐(Ir)과 루테늄(Ru)이 가장 적합한 촉매로 평가받고 있지만 귀금속 촉매로서 가격이 비싸 상용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따라서 산소발생 반응에 사용하기 위한 고성능 및 고내구성의 비귀금속 촉매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김기선)은 이재영 지구·환경공학부 교수(에틀 촉매 연구센터) 연구팀이 로버트 슐레겔 독일 막스플랑크 화학에너지전환연구소(MPI CEC) 교수·티모 야콥 독일 울름 대학 교수 등과 함께 내구성이 향상된 니켈-철 기반 비귀금속 수전해 촉매를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팀은 실시간 금속 용출 분석을 통해 철의 탈출이 니켈-철 촉매의 주된 열화기작임을 확인했으며 테트라페닐포르프린(TPP·포르피린 보호막)으로 이뤄진 보호막을 도포해 철의 흘러나옴을 최소화했다. 분자동역학 모사에 기반해 보호막과 유실돼 철의 극성 차이로 인해 강화막이 형성됨을 발견했다.
수용액 상에 유실돼 나온 철은 곧바로 물과 상호작용해 수화된다. 반면에 무극성을 띄고 있는 포르피린 보호막은 용출된 철이 전극계면에서의 완전한 이탈을 막는 완충 역할을 한다. 이는 기존 촉매에 비해 70배 정도의 수명 향상을 야기하는 것으로 100시간 동안 시간당 126 L의 수소를 발생시키는 안정적인 수전해 전극의 핵심 부품으로 작용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재영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는 수소발생을 위한 수전해 촉매 설계에 있어 내구성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재영 교수(교신저자) 및 강신우 GIST 박사과정생(제1저자)이 독일 연구진과 함께 진행한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연구재단(NRF)이 지원하는 해외우수연구기관 공동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화학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인 앙게반테케미 국제판 온라인에 최근 게재됐으며 탁월성을 인정받아 앞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