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내달 2일 시행되는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가 규제 대상에서 빠져나가는 데다 제도의 사각지대가 크다는 지적이다. 참여 점포 수가 적어 시범 사업을 추진한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에 참여하는 제주·세종 점포 수는 500개 안팎이다. 당초 지난 10월 환경부가 추산한 적용 대상 점포 수 626개에 비해 20%가량 감소했다. 당초 목표했던 전국 약 3만8000여개 점포에 비해 약 1.3% 수준에 그친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일회용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일회용컵 사용 보증금 300원을 부과하는 제도다. 적용 대상은 가맹점 100개 이상인 카페·베이커리·패스트푸드 등 프랜차이즈 매장이다. 환경부는 전국 시행에 앞서 시범 사업 차원에서 내달 2일 제주·세종 지역부터 우선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대형 프랜차이즈가 규제 대상에서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프랜차이즈는 제주·세종 지역 매장에 한해 자체 다회용기 또는 캔시머(알루미늄 캔 포장기계) 등을 도입하고 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도입하느니 자구적인 방법을 도입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보증금제를 도입하려면 매장 내 무인회수기, 라벨부착기 등을 비치해야 한다. 비표준용기 회수처리 비용을 환급 기관인 환경부 산하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에 선입금하는 의무도 주어진다. 정부에서 지정한 회수처리 체계를 도입하는 것을 꺼리는 프랜차이즈가 늘어난 이유다.
다만 참여 점포 수가 줄어들면서 제도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시행하는 점포가 적을수록 시민 참여도 적어져 시범사업 효과를 도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보증금제 적용 점포는 300원 이상의 가격 인상 효과는 물론 회수 절차 도입 등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세종시 한 가맹점주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시행하는 매장이 적어 시행하지 않는 매장으로 손님이 몰릴 것이 뻔하다”며 “교차 반납도 불가능해 소비자 불편만 더욱 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매한 기준으로 인해 형평성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아이스크림, 빙수, 디저트 프랜차이즈는 일회용컵 사용량이 많음에도 '기타외식업'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커피 판매량이 높은 개인 카페, 무인 카페, 편의점 등도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 세종 청사 내 카페도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은 “제주·세종이라도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작동시켜 효과를 확인해야 하는데 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제도 시행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도입되는 세종, 제주에서 다수 매장이 일회용컵 대신 수거·세척 체계를 갖춘 다회용컵 전용으로 전환함으로써 일회용컵 감량효과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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