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대학포럼]〈97〉과학기술과 사회적 난제 해결을 위한 임무지향적 연구혁신 수행

[ET대학포럼]〈97〉과학기술과 사회적 난제 해결을 위한 임무지향적 연구혁신 수행

필자는 지난 8월 말 미국 콜로라도주립대에서 개최된 국방성 고등연구계획국(DARPA) 포워드 콘퍼런스에 참석해 저명한 과학자와 교수, 혁신가, 국방 고위관계자 등 선별된 100여명이 미국이 직면한 난제 도전 과제와 새로운 돌파형 과학기술에 대한 열띤 토론을 펼치는 현장을 생생하게 경험했다. DARPA는 이와 같은 콘퍼런스를 통해 인재를 발굴하고 연구자 커뮤니티 지지 기반을 확보하며 많은 이해관계자들과 명확한 미션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날 스테파니 톰킨스 DARPA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DARPA는 국가 안보를 위한 변혁적 기술을 혁신적으로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며, 성공은 예기치 않은 아이디어와 큰 꿈을 품은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현재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성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 쇼 미국우주연합사령부 부사령관은 기조연설을 통해 우주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현재 불가능한 과학기술 세 가지(우주공간용 센서, 자율주행, 효율적인 우주쓰레기 제거)를 제시하고 DARPA 과제를 수행하는 최고 전문가, 15명의 프로그램관리자(PM) 등 청중에게 우주난제 도전과 돌파형 성과를 요청했다. 마리아나 마주카토 영국 런던대(UCL) 교수는 저서 '미션 이코노미'에서 임무지향적 R&D 혁신을 위해 문샷형(Moonshot), 즉 '대담하고 영감이 넘치며 야심 찬 학제 간 연구방식'과 DARPA의 돌파형 도전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무지향 연구혁신은 국가와 사회의 주요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임무를 설정하고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R&D 정책이 과학기술적 목표 달성, 점진적 혁신, 연구자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임무지향적 연구혁신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기존 R&D 방식에 대한 차별화, 연구 주제 설정 및 접근법, 효율성, 평가지표 관리 등을 임무혁신적 관점에서 설계해야 한다. 선진형 연구관리 방법의 개발 및 운용도 요구된다. 지난 3년 동안 국가과학난제도전 지원단은 기후변화, 탄소중립, 암 정복 등 과학기술적 난도가 높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임무지향적 R&D 방식으로 과제를 수행하고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게 됐다.

첫째 DARPA는 임무지향적 R&D 혁신 주제와 실행 전반의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해 역량 있는 PM을 선별하여 책임과 권한을 보장하고 있다. PM은 R&D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 판단뿐만 아니라 목표 수월성을 위해 전문성과 특정 분야의 최고 과학기술자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아직 한국 상황에서는 개인 PM 체제는 가능하지 않고, 전문가 5인 내외로 구성된 집단지성 기반의 그룹형 PM 컨설팅 방식이 연구단의 목표 달성 체계화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둘째 임무지향적 R&D에 걸맞은 연구문화 혁신이다. 연구자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신념으로 세상을 바꾸는 기술을 달성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에서 '실수는 선택이며 아무런 실패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혁신이 충분하게 진행되지 않는 것'을 벤치마킹하며 연구문화 변화를 통하여 우리 연구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셋째 연구단과 지원단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R&D 임무 수행이 보장되어야 한다. DARPA 전문가인 윌리엄 본빌리언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저서 '변혁적 기술을 위한 DARPA 모델'과 토론을 통해 한국, 일본, 인도에서 DARPA 모델의 성공률이 낮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난제 도전과 같은 연구 수행은 (한림원이나 대학의 산학협력단 같은) 과제수탁기관의 장이 지원은 하되 과제수행 책임자의 연구활동을 간섭하지 않는 임무 중심 R&D 혁신체계를 준수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임무지향 R&D 혁신 패러다임으로 무장해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퍼스트 무버가 되고, 15~20년 후 창의적인 과학기술 강국을 재건할 수 있을 것이다.

성창모 고려대 특임교수, 한국과기한림원 과학난제도전지원단장 sung2020@ka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