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김기선)은 오창명 의생명공학과 교수팀이 펩타이드 보충제를 통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폐 세포 안으로 진입하기 위해 결합하는 체내 수용체를 펩타이드인 '아펠린13(Apelin-13)'이 분해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향후 실험용 쥐 등 동물을 대상으로 한 전임상시험이 성공할 경우 새로운 코로나19 치료법으로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스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인체 내에 있는 단백질인 ACE2를 수용체로 이용해 폐 세포 내로 진입하여 감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CE2는 안지오텐신 전환효소2로 폐 상피세포, 혈관 내피 세포, 기도 상피세포, 폐의 대식 세포 표면, 장내에서도 다양하게 발현하며 바이러스 결합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펠린은 심장, 폐 및 기타 말초 기관의 다양한 생리적 과정에 관여하며 77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뤄져 있는 펩타이드다. 피로글루탐산 형태의 '아펠린-13'이 ACE2와 결합해 분해한다.
오창명 교수팀은 인간 폐 세포주를 실험에 사용해 폐 세포 내에서 아펠린-13이 ACE2에 직접 결합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실질적인 코로나19의 치료 타깃으로 아펠린의 역할을 실험과 공공 데이터를 활용한 실험으로 증명했다.
오 교수팀은 사스 바이러스의 스파이크를 삽입한 유사 바이러스(슈도 바이러스)에 인간 폐 세포주를 감염시키고 아펠린을 농도별로 주입한 뒤 스파이크 단백질의 발현량을 확인했다. 그 결과 아펠린-13을 주입하지 않은 그룹보다 10마이크로몰을 주입한 세포주에서 스파이크 단백질이 80% 적게 발현됨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아펠린이 제거된 실험용 쥐의 폐 조직을 이용한 기존 연구의 공공 데이터를 활용해 추가적인 전사체 분석을 진행했으며 그 결과 아펠린이 제거된 그룹에서 폐염증 및 발암의 매개체인 유전자들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의 폐 부검 데이터를 활용한 전사체 분석에서는 아펠린 발현량이 많은 그룹이 바이러스 감염과 관련된 면역 반응 유전자들이 증가했다. 사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 24명의 공공 데이터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바이러스 양이 많은 환자 그룹에서 아펠린의 발현 수치가 약 1.5배 더 높았으며, 폐섬유증 형성과 관련한 유전자들의 발현이 줄어들었다.
이러한 실험 및 분석 결과는 아펠린이 존재할 때에 면역과 염증 반응이 개선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바이러스의 양이 많아졌을 때 아펠린에 의한 보호 효과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창명 교수는 “전사체 분석과 여러 실험데이터들을 통해 아펠린이 코로나19의 감염을 억제하고 감염으로 인한 조직 손상을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제로 사용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현재 준비 중인 전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칠 경우 획기적인 코로나19 치료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원 공동연구프로젝트, 한국연구재단 우수신진연구사업 및 지스트 생명의과학융합연구소의 지원 받아 이뤄졌다.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QJM: 국제의학저널' 온라인에 최근 게재됐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