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미리 가 본 미래]〈51〉이차전지 승패는 친환경에 달려있다

[박정호의 미리 가 본 미래]〈51〉이차전지 승패는 친환경에 달려있다

이차전지 분야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이차전지는 반복적 충·방전을 통해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한 전지를 지칭한다. 외부 전기에너지를 화학에너지 형태로 바꿔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전기를 만들어 낸다.

이차전지가 산업 전반에 가장 큰 파급효과를 가져다주는 기술로 부상한 이유에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첫 번째 각종 디바이스가 전기전자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신규 ICT 관련 제품뿐만 아니라 과거 기계식으로 작동하는 물건들마저 전자식으로 변경되기 시작하면서 배터리를 활용하는 범위가 점차 늘고 있다. 전기자동차만 생각해도 쉽게 확인 가능할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친환경 이슈다. 이차전지는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이라는 소비자 인식이 높아지면서 이차전지 산업이 ESG 경영 최대 수혜 업종으로 대두되고 있다. 현재 국내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과 경제성장의 디커플링을 이루고자 하는 친환경 기조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2030년까지 모든 신차와 경형 트럭의 50%를 친환경차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며, EU는 지속가능한 경제를 만들기 위한 신성장전략인 그린딜을 채택하고 2030년까지 1조 유로 이상을 투자해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순환경제로의 전환, 에너지 효율 개선, 저탄소 차량 확산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인 기조가 이차전지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차전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친환경 요소를 완벽히 갖췄다고 장담하기 쉽지 않다. 이차전지 산업은 핵심원료인 코발트, 니켈 등이 저개발국 특정 지역에 편재돼 수질 오염, 아동 노동, 용수 부족 등 다양한 ESG 이슈가 지속되고 있으며 최근 탄소 중립과 관련된 이슈가 크게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유럽, 미국 중심으로 이차전지 산업 탄소배출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각종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국내 수요보다 수출이 많은 국내 이차전지 산업 생존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유럽은 이차전지 산업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선제적으로 관리할 것을 예고하고 2024년부터 역내에서 판매되는 이차전지 Carbon Footprint 신고를 의무화하려 하고 있다. Carbon Footprint 제도가 시행될 경우 탄소 배출량이 많은 중국 원료에 의존하는 국내 이차전지 기업은 유럽 시장 진출 시 관세를 부과받게 돼 유럽산 이차전지 대비 가격 경쟁력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이차전지 핵심 수요처인 글로벌 자동차는 탄소중립 목표 수립에 따라 이차전지를 비롯한 부품사에 CO2 배출 관리에 동참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역시 유럽 규제를 벤치마킹, 유사 제도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석탄발전 비중이 높은 중국산 원료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다. 이차전지는 원가 내 원료 및 소재 비중이 높은 제품으로 흑연, 니켈, 코발트 등 원료를 저가에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원료 채굴, 제련, 가공 등에서 우리 기업 대부분이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미국 및 EU 대비 탄소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중국 원료 수출규제 등 무역 제재 확대 시 우리나라 이차전지 산업 전반에 부정적 요인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할 때 이차전지 산업 승패는 진정한 친환경적 생산체계를 구축한 기업과 국가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기업도 친환경적 생산 프로세스를 갖추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며 중국 이외 지역에서 생산원료를 추출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 중이다. 이차전지 성능 개선을 위한 노력 못지않게 친환경적 성과가 하루 속히 성과 내길 기대한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