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이드의 가상자산 '위믹스'가 국내 원화마켓에서 퇴출된다는 소식에 위믹스 시가총액 5000억원 가운데 3500억원이 증발했다. 위믹스를 주축으로 추진한 사업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되면서 관계사인 위메이드, 위메이드맥스, 위메이드플레이 역시 주식 시장에서 나란히 하한가를 기록했다.
지난 25일 낮 12시 코인마켓캡 기준 위믹스(WEMIX)는 직전 24시간 대비 70% 폭락한 600원대에 거래됐다. 이에 따라 전날 5000억원대를 기록한 시가총액도 1500억원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코스닥에 상장된 위메이드의 주가 역시 전일 종가 5만6200원에서 29.89% 하락한 3만9400원에 거래됐다. 전 거래일 기준 1조3316억원에 이르던 위메이드의 시총도 9321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다른 게임사가 발행한 코인도 여파에 휩쓸렸다. 전날인 24일 오후 8시경 닥사(DAXA)가 위믹스 상장 폐지를 발표하자 넷마블 마브렉스(MBX), 카카오게임즈 보라(BORA) 등도 즉각 5~15%의 가파른 낙폭을 보였다. 이번 사태가 '유통량'에 대한 발행사와 거래소 간 이견에서 발생한 만큼 잠재적 리스크에 대한 불안이 선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세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위믹스 관리 능력에 대한 신뢰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구조가 비슷한 다른 게임사를 비롯한 가상자산 프로젝트에 경종을 울리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위믹스 퇴출 사태는 위메이드가 적절한 공시 없이 코인 유통량을 애초 계획량보다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위메이드 측은 “유통량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서 벌어진 사태다. 사후에 문제를 모두 바로잡았다”고 소명했지만 국내 코인거래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위믹스 사례처럼 미공시된 코인이 시장에 풀릴 경우 프로젝트 자체 신뢰성이 크게 저하된다. 코인 발행사가 몰래 코인을 찍어내 이득을 챙기려 했다는 인상을 풍기게 된다. 올해 테라·루나 사태,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FTX 파산 사태 등으로 코인시장 분위기가 크게 침체된 상황에서 코인거래소들이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도 위믹스 문제를 그냥 넘기기가 어려웠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위메이드는 상장 폐지 조치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의 갑질이라고 주장하며 불복했다. 장현국 대표는 25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업비트는 유통량 정의, 가이드라인·기준도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이와 같은 통보를 했다”면서 “상장 폐지 공지를 하면서도 위메이드 소명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어떤 소명이 불충분했는지도 위메이드와 소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위메이드는 법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서 일단 상장 폐지를 막고, 여의치 않으면 주요 글로벌 코인거래소에 상장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법원은 지난해 피카, 드래곤베인 등이 신청한 코인 상장 폐지 가처분 신청에서 대부분 코인거래소의 손을 들어줬다. 가상자산 법제도가 아직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제가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거래소가 공익적 목적에서 조치할 자격이 있다고 봤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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