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불황형 소비'…덤증정·대용량 찾는다

이마트 쓱세일에 방문한 소비자들이 행사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이마트 쓱세일에 방문한 소비자들이 행사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물가 급등과 경기 위축으로 소비자 구매 방식이 불황형으로 바뀌고 있다. 같은 물건이라도 더 싸게 살 수 있는 자체브랜드(PB)나 원플러스원(1+1) 덤 증정 제품을 찾는다. 유통업체도 가성비를 앞세운 대용량 생필품 발굴과 기획전 마련에 힘쓰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6.5로 전월보다 2.3포인트(P) 하락했다. 10월에 이어 2개월 연속 감소세다. 높은 물가 상승률이 이어지고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된 탓이다.

소비 행태도 변화했다. 고물가로 씀씀이가 줄면서 식료품과 생필품 위주로 저렴한 상품을 찾는 추세다. 유통사는 '1+1' 이벤트로 집객몰이에 나섰다. 소비자에게 할인 혜택을 주면서 재고 부담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열린 이마트 쓱세일에서 전 품목 '1+1' 덤 증정 행사를 진행해 세제, 제지, 치약, 샴푸 등 생활용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배에서 많게는 7배까지 상승했다.

네이버 쇼핑은 '1+1'을 핵심 버티컬 서비스로 내세웠다. 네이버는 다음 달 21일 '원쁠템' 서비스를 오픈한다. 올해 초 선보인 '원쁠딜'이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를 내면서 더 많은 판매자에게 참여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기존 원쁠딜은 모든 상품을 1+1 또는 1+N(다수) 형태로 사흘 동안 판매하는 한시 서비스다. 네이버가 선정한 하루 30개 상품만 노출한다. 원쁠템은 원쁠딜과 달리 선정 절차가 없고, 상품 판매에 문제가 없으면 노출이 가능하다. 판매자는 상품 재고를 빠르게 소진할 수 있고 소비자는 저렴하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 고물가 시대에 적합한 서비스로 평가받고 있다.

제조사브랜드(NB) 대비 저렴한 PB를 찾는 수요도 늘었다. 올 3분기 누적 롯데마트 PB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신장했다. 이마트는 노브랜드·피코크 등 PB 가격을 연말까지 동결, 고객 유인에 나섰다. PB는 유통사가 제조업체와 직접 계약해서 중간 유통 마진을 줄이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높다. PB를 앞세워 물류·판관비·제조원가 상승분을 상쇄한다는 전략이다.

소비 행태 변화로 창고형 할인점도 혜택을 봤다. 대용량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박리다매' 전략을 내세워 실질 구매력 감소에도 매출 증대에 선방했다. 대형마트 출점은 중단됐지만 코스트코, 트레이더스, 맥스 등 창고형 할인점 출점은 꾸준하다.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은 유료멤버십 도입 1개월 만에 누적 가입자가 30만명을 넘어섰다. 애초 목표치를 112% 초과 달성했다. 높은 할인율과 적립 혜택이 있는 멤버십 전용 상품을 찾는 소비자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노재악 트레이더스 본부장은 “경기 불황과 고물가로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생필품을 싸게 살 수 있는 창고형 할인점에 고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