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을 구매해 미술관 입구에 도착하자 전동휠체어와 비슷하게 생긴 자율주행 체어로봇이 미끄러지듯 다가와 멈춰 선다. 탑승하라는 안내 음성을 듣고 자리에 앉으면 체어로봇은 부드럽게 출발해 전시장을 돌기 시작한다. 작품마다 잠시 멈추고 작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곁들인다. 탑승자가 원하면 화장실도 다녀올 수 있고 잠시 쉴 수도 있다.”
모빌리티가 진화하고 있다. 단순 이동 수단에서 벗어나 다양한 서비스 영역에 도입돼 삶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무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체어로봇 역시 모빌리티 시장 패러다임을 바꾸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이달 초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자율주행 스마트 체어로봇을 시범 운영했다. 움직이는 의자에 앉아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낯선 경험에도 다가올 모빌리티 서비스의 미래를 느껴보기엔 충분했다.
스마트 체어로봇은 KT의 통신 역량과 플랫폼 기술, 대동모빌리티의 제조기술, 코카로보틱스의 자율주행기술이 만난 합작품이다. 자율주행 시 장애물 충돌 감지·자동멈춤, 경로 우회 기술, 블랙박스 등이 적용돼 있다.
현재는 업그레이드 개발이 한창이다. 새로운 버전의 체어로봇 시제품이 내년 5월쯤 나오면 대구미술관에서 첫 실증을 시작한다. 앞뒤 로봇 간 통신이 가능하고, 공간 정보를 공유하는 통합관제, 태블릿을 활용한 도슨트(작품 해설) 기능도 추가한다. 상용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이다.
미술관에 도입될 체어로봇은 관람 중 화장실 이용과 음용 등 돌발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작품 손상이나 트래픽 등 미술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서도 탑승객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관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적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KT와 대동모빌리티는 체어로봇을 미술관에 그치지 않고 박물관, 공항, 백화점, 아웃렛, 병원, 호텔 등 다양한 장소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응용 솔루션을 개발하고,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장애인이나 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는 물론 일반인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퍼스널 모빌리티 서비스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전략이다.
개발과 제조를 맡은 대동모빌리티는 이와 관련해 KT 등 플랫폼과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내년 최종 시제품 완성·실증을 거친 뒤 오는 2024년 초부터 양산에 나선다.
이헌중 대동모빌리티 모빌리티개발팀장은 “체어로봇은 현재 의료기기(GMP) 인증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향후 실내외 모든 공간에서 사회적 약자를 넘어 일반인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모빌리티로 진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