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대응체계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강화했다. 업무개시명령은 29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되면 지체 없이 발동된다. 조합원에 따라서는 다음 날인 30일부터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자격정지 30일에 처해진다.
국토교통부는 28일 오전 9시부로 육상화물운송 분야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격상한다고 밝혔다.
심각 단계 발령에 따라 정부 대응체계는 범정부 차원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전환된다.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경찰청, 국방부, 해양수산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유관기관이 함께 범정부 종합 비상대책을 시행한다. 비상수송대책본부장도 국토부 장관으로 격상된다.
심각단계 발령과 함께 업무개시명령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29일 국무회의는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할 예정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화주운송 요청, 배차 지시를 받은 화물차주와 기사 운송 업무 내용, 연락처나 주소 등을 확보해야 하는데 지체 없이 집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면서 “의결이 되면 몇 시간 안에 개별 명령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업무개시명령 송달 공무집행을 위해 형사·기동대 등을 투입하고, 거부자 등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업무개시명령은 국무회의에서 포괄적 또는 산업별로 내린 후 국토부 장관이 화물기사나 법인에 개별적으로 명령을 송달해야 효력이 발생한다. 그동안 통신·우편·구두 명령을 직접 또는 제3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해왔다. 29일 국무회의 의결되면 국토부는 곧바로 현장조사에 들어갈 방침이며, 현장조사에서 개별적으로 송달할 경우 대상자는 다음 날부터 복귀해야 한다.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30일 자격정지, 2차 거부시에는 자격 취소가 된다.
파업으로 인한 산업계 피해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정부는 6월 파업 사례에 비춰 하루 약 3000억원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파업 6일째인 이날 오전 10시 기준 전국 12개 항만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평시 대시 21% 수준에 그쳤다. 수출입 및 환적화물 처리에 차질을 빚고 있다. 광양항, 평택·당진항, 울산항 등 일부 항만은 컨테이너 반·출입이 거의 중단된 상황이다. 29일께부터는 전국적으로 레미콘 생산이 중단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 건설현장 공사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며, 철강은 이미 화물차 출하 자제로 출하량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전자·자동차업계 피해도 가시화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파업 대비 부품을 비축해 당장 생산 차질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지만 차량 탁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는 차량을 출고센터로 탁송하는 카캐리어 조합원들이 파업에 참여하면서 공장 직원들이 차량을 직접 운전해서 옮기는 '로드 탁송'에 투입되고 있다. 현대차는 로드 탁송 확대를 위해 인력을 추가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 등 타이어 업계는 지난주 급한 물량을 물류센터로 미리 운송하고 비상 차량을 대기하는 등 파업에 대비했다. 하지만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공장에 재고 물량이 쌓여 수출과 내수 판매에 타격이 예상된다.
전자 업계도 미리 부품·소재 재고를 확보, 생산에 당장 차질은 없지만 생산된 제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유통과정에서는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업계에서 대형 가전 구매자에게 배송 차질 가능성을 안내하고 있다.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도 상품 페이지에 배송 지연 공지를 띄우기 시작했다. 전자제품 수출과 관련해서는 파업이 몇 주 단위로 길어지지만 않으면 운송기일 조정 등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화물연대와 정부는 파업 선언 후 처음으로 공식 교섭을 시작했지만 약 1시간 40분가량 입장차만 확인하고 끝났다. 화물연대 김태영 수석부위원장과 어명소 국토부 2차관, 구헌상 물류정책관이 참석했다. 국토부는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 품목 확대 등의 화물연대 요구에 대해 국토부의 권한과 재량은 없다고 대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30일 세종시에서 2차 교섭이 이어질 예정이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