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원장 신형식)이 주사전자현미경(SEM)에서 세포와 조직의 복잡한 구조를 3차원 관찰할 수 있게 하는 진공용 초박절편기 기술을 기업에 이전했다. 3차원 나노구조 이미징 연구의 새로운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KBSI는 이공교역(대표 서윤석)과 기술이전(선급기술료 1억원, 경상기술료 총 매출액의 5%) 협약식을 29일 KBSI 대덕 본원에서 개최하고, 본격적인 전자현미경 시료 제작 및 측정기술 사업화에 착수한다.
전자현미경에서 최적의 이미지를 얻으려면 절편제작, 세척, 코팅 등 전처리 과정이 정확히 수행돼야 하며, 절편 표면과 두께에 따라 3차원 이미지 측정 품질이 결정된다.
연구장비개발부 허환 박사팀이 개발한 진공용 초박절편기는 SEM의 진공 챔버 내부에서 블록 시료를 수십 나노미터 두께로 자를 수 있는 장비로, 연속된 시료의 블록면을 3차원으로 이미징할 수 있는 기술이다. 3차원 나노구조 연구는 물론, 거대분자의 미세구조 분석, 뇌신경망 지도 작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되며, 해당 기술을 필요로 하는 시장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기술이전되는 진공용 초박절편기는 기존 나노크기 가공이 가능한 Focused Ion Beam(FIB) 대비 적은 유지비로 대면적(3x3x3㎜)을 처리할 수 있어 활용성이 높다. 또 자동화 기술이 적용돼 모든 3차원 측정 과정을 무인으로 할 수 있어, 전문인력 없이도 장비 운영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특히, 이번 연구는 국내 전자현미경 분석 분야 권위자로서 2021년에 한국현미경학회장을 역임한 KBSI 전자현미경·분광분석팀 권희석 박사와 협업해, 장비 성능을 객관적으로 검증하였으며 이용자 친화적인 기술 개발 성과를 달성했다.
국내 도입된 진공용 초박절편기는 가격 부담으로 인해 KIST(Thermo- Fisher Teneo VolumeScope)와 한국뇌연구원(ZEISS Merlin 3View)에 단 2대만 구축돼 있으며, 이마저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진공용 초박절편기는 외산 절편기와 달리 보급형 부품을 사용하고도 진동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됨에 따라 관련 특허 분쟁의 소지가 없고 가격도 크게 낮출 수 있어, 제품 출시 전부터 관련 기업, 연구기관, 대학의 관심이 크다.
기술 이전 받은 이공교역은 첨단 분석기기 공급 전문기업으로, 1966년부터 히타치의 국내 대리점이다. 향후 국내외 마케팅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진공용 초박절편기를 이용한 3차원 이미징 구현 전자현미경의 조기 시장 진입을 계획하고 있다.
허환 KBSI 박사는 “진공용 초박절편기를 이용한 3차원 나노구조 연구는 높은 수요와 활용성을 가지나, 그동안 활용되어 온 외산 절편기는 SEM에 준하는 비싼 가격으로 인해 진입 장벽이 높았다”며, “나노 미터급 동작을 위한 진동 제어 기술을 구현하고 이를 국산화하여 합리적인 가격에 장비를 공급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서윤석 이공교역 대표는 “국내 기초연구 수준이 질적으로 높아지면서, 연구장비 역시 단순한 외산장비 수입이 아닌 첨단 연구를 위한 맞춤형 장비 공급으로 수요가 변화되고 있다”며, “3차원 SEM 측정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다는 점에서, 이번 기술이전으로 국내·외 시장 개척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강조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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