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세계 반도체시장이 3% 이상 역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경기침체 속에 반도체 수요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새해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가 올해 대비 3.6% 감소한 5960억달러로 관측했다. 반도체시장 전망은 최신 분석일수록 더 비관적이다. 가트너는 지난 4월 2023년 반도체 시장을 7000억달러(성장률 3.6%)로 예측한 바 있다. 이를 7월에 수정(6230억달러, -2.5%)한 데 이어 또 한 번 하향 조정했다.
반도체는 주요 완성품에 들어가는 필수품이다. 스마트폰과 PC는 물론 차량, 항공, 저장장치 등 거의 모든 제품에 탑재된다. 반도체 전망이 어두운 것은 단기간 내 글로벌 경기 상황이 회복되기 어렵다는 점을 반영한다.
특히 우리나라 산업은 반도체 의존도가 높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업계 상위권 기업은 물론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부터 다양한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반도체 생태계에 포함돼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반도체 불황은 필연적으로 치킨게임을 예고한다. 두 명의 참여자 가운데 어느 한쪽이 포기하면 다른 쪽이 이득을 보게 되며, 각자의 최적 선택이 다른 쪽 경기자의 행위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반도체는 사이클이 있다. 불황 이후엔 호황이 온다. 이보다 앞서 삼성전자는 반도체 불황기에도 감산보다는 투자를 늘리며 경쟁자를 압도하는 방식을 택해 왔다. 이른바 '초격차' 전략이다. 그 결과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시장 주도권을 강화할 수 있었다.
이번 반도체 불황에도 적절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불황의 그늘에 갇혀서 몸만 사려서는 안 된다. 일시적 고통을 감내하더라도 신기술 개발과 최적의 설비투자로 경쟁자를 따돌릴 수 있는 전략성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