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분란한 카타르 응원단, 알고 보니 해외 알바?

2022 카타르 월드컵 A조 조별리그 카타르-에콰도르 전 당시 중계화면에 잡힌 카타르 팬. 트위터 갈무리.
2022 카타르 월드컵 A조 조별리그 카타르-에콰도르 전 당시 중계화면에 잡힌 카타르 팬. 트위터 갈무리.

지난 25일 카타르 월드컵 A조 조별리그 카타르-세네갈 전에서 경기력보다 주목받은 것이 열정적인 카타르 팬들의 응원이었다.

고동색의 응원복을 입은 1500명의 카타르 팬들은 경기 후반 무렵 응원을 이끌던 한 남성이 조용히 해달라고 요청하자 요란한 응원을 일순 멈추는 높은 단결력을 보이기도 했다.

이 열정적이고 일사분란한 응원을 보여준 카타르 팬들이 대부분 레바논에서 건너온 아르바이트생들이라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22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는 프로축구 리그와 최신 경기장을 갖췄으나 축구팬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무너뜨린 ‘아랍의 봄’ 이후 이집트 등 중동 국가에서 큰 소리로 열정적인 응원을 펼치는 ‘울트라스’(열광적인 축구 팬)가 사실상 금지된 것도 카타르의 축구팬이 적은 것과 관련 있다.

카타르가 썰렁한 관중석을 메우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해외 축구팬 고용이다. 레바논인이 대다수지만 이집트, 알제리, 시리아 등에서도 일부 고용됐다. 이들에게는 왕복 비행기표와 숙식, 일당 등이 제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동원된 관중이 개막전 한 달 전인 10월 중순부터 카타르에 도착해 응원가와 안무를 짜고 연습했다고 전했다. 특히 큰 소리로 소리를 지르는 응원, 팔다리에 선명히 보이는 큰 문신 등이 이들이 카타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고 덧붙였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현재 레바논의 청년 실업률은 30%에 달한다. 코로나19 대유행과 베이루트항 대폭발 그리고 최근 우크라니아 전쟁까지 겹치면서 레바논 경제는 전례 없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때문에 월드컵 경기 구경이 어려운 레바논 청년들이 임금까지 주는 이 기회를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NYT는 전했다.

한편, 카타르는 인구 270만 명의 소국이지만 풍부한 석유와 천연가스를 바탕으로 부를 축적한 중동 국가다. 이번 월드컵 경기를 개최하기 위해 2014년부터 7개의 경기장 신축에 나섰다.

하지만 열악한 노동 환경과 월 275달러(약 36만원)이라는 터무니없이 낮은 외국인 이주 노동자 임금으로 인권 문제가 불거졌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공사 당시 6500명이 넘는 이주 노동자가 사망했다고 보도했으며, 최근 하산 알 타와디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영국 언론인과 인터뷰에서 사망자를 400~500명 정도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