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음료(F&B) 업계에서 제품 또는 가게 이름에 지역명을 붙이거나 지역 음식·굿즈를 만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이른바 '로컬' 브랜드가 인기를 끌기 때문이다.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는 올해 소비 트렌드로 '로코노미(로컬+이코노미)'를 꼽았다. '로코노미'는 로컬(지역동네)과 이코노미(경제)의 합성어로 지역 가치를 비즈니스로 연결해 소비자 접근성을 확대하는 신조어다. 특히 라이프스타일이 세분화되고 코로나19로 국내 여행이 활성화되면서 지역·동네 기반 상품·콘텐츠에 대한 소비자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최근 각 지역에 위치한 여러 카페에서는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가 출시되고 있다. 해당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는 메뉴다 보니 소비자 관심을 더 유발하고, 여행 기념품으로도 많이 활용되는 추세다.
기업 또한 친근한 이미지를 형성하고 인지도를 높일 수 있어 로컬을 활용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특히 로컬 이미지를 입힌 F&B 제품의 성장이 돋보인다. 지역 특산물에 대한 높은 신뢰도를 기반으로 여행 지역의 스토리가 반영된 특별한 제품을 체험하고자 하는 요구가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트렌드를 가장 발 빠르게 반영하는 편의점 업계도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자체 브랜드(PB)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마트24는 아이스크림 PB상품으로 '성주 참외콘'과 '부산 씨앗호떡콘'을 출시했으며 CU는 전라북도와 손잡고 고창 복분자를 활용한 간편식 시리즈를 선보였다. 이 중 복분자 도시락과 햄버거는 출시 이후 카테고리 판매량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여수 낭만포차 명물 된 '여수밤바다' 소주
지난 2019년 출시된 보해양조 '여수밤바다'는 관광명소 여수를 알리기 위해 제작된 제품이다. 여수를 상징하는 돌산대교와 반짝이는 별빛을 이미지화 시킨 라벨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2022년 7월에는 팝아트 작가 '기안84' 작품 4점을 여수밤바다 전면 라벨에 입히며 새 단장했다. 도수는 기존 16.9도에서 16.5도로 낮췄으며 보해가 개발한 새로운 레시피를 적용해 여수 대표 음식과 깔끔한 페어링을 살렸다. 특히 여수밤바다는 여수 명소로 꼽히는 낭만포차 거리 내에서 소주 점유율 약 80%를 차지한다. 여수 시민은 물론 관광객에게도 사랑 받는 지역 대표 소주가 됐다.
보해양조에 따르면 여수밤바다는 지난 7월 말 새 단장 이후 한 달 만에 판매량이 두 배 늘었으며 출시 3개월 만에 작년 판매량 50%를 뛰어넘었다. 여수 지역 이미지를 가득 담고 있는 라벨과 기존 소주병에서 볼 수 없는 색다른 디자인이 소비자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는 판단이다. 보해양조는 소비자 호응에 힘입어 이달 기안84와 협업해 만든 두 번째 라벨 제품을 생산했다.
◇제주도에서만 판매하는 스타벅스 제주 특화 음료
스타벅스는 지난 2016년 7월부터 제주 지역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제주 특화 음료를 개발·판매하고 있다. 현재까지 출시된 제주 특화 음료는 총 45종이다. 지난 2월 기준 누적 판매량이 550만잔을 돌파하는 등 여행객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제주 특화 음료는 지역 특산물인 녹차·땅콩·감귤 등의 원재료로 만들어진다. 돌담길과 하르방의 풍경을 느낄 수 있는 '까망 라떼' 등 제주 이미지를 담은 제품도 있다. 스타벅스는 제주 외에도 '문경 오미자 피지오' '광양 황매실 피지오' 등 지역 특산물을 원재료로 사용한 한국적 특색을 살린 음료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신선한 지역 특화 음료를 고객에게 새롭게 소개하는 한편 지역 농가와도 상생하는 좋은 사례라는 평가다.
◇못생긴 감자로 연 매출 100억원 찍은 '춘천 감자빵'
춘천 감자빵은 강원도산 감자로 만든 감자 모양의 빵으로 겉은 쫄깃하고 속은 부드러운 점이 특징이다. 감자빵을 개발한 이미소 카페 '감자밭' 대표는 감자 농사를 하는 아버지를 돕고자 고향 춘천에 돌아갔다가 매년 버려지는 다량의 감자를 보고 감자빵을 기획했다. 감자 종자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감자 본연의 맛에 집중한 것이 특징이다. 으깬 감자를 소로 속을 절반 이상 채우고 빵 표면에 흑임자, 콩가루를 섞어 묻혀 흙에서 막 캐낸 감자처럼 표현했다. 감자빵 연 매출액은 100억원을 넘어섰다. 감자빵이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며 서울·대전·광주 등 주요 백화점에 팝업 스토어가 열리기도 했다.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는 '빵지순례' 코스에 빠지지 않는 춘천의 명물로 손꼽히고 있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