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월드컵 속에 숨은 과학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세계인의 축제 2022 카타르 월드컵이 조별리그를 마치고 16강 일정에 접어들면서 관심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역대 월드컵과 달리 지역적 이유로 겨울에 열린 이번 월드컵은 각국별 뜨거운 승부 열기로 지켜보는 이들이 추위를 잊게끔 만든다. 특히 이번 월드컵은 곳곳에 과학기술이 적용, 승부에 직접적인 영향까지 미치면서 보는 재미를 한층 더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요소는 인공지능(AI) 심판이다.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SAOT)' 시스템으로 불리는 AI 심판은 이번 월드컵에서 첫선을 보인 직후부터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SAOT는 경기장 내 설치된 추적 카메라 12대와 함께 월드컵 공인구 '알 릴라'를 통해 작동한다. 추적 카메라가 선수 관절 움직임을 29개로 세분화해 추적하고, 공인구 속에 내장된 관성측정센서(IMU)가 1초에 500회 빈도로 공 위치를 비디오 판독(VAR)실로 전송한다. AI는 이들 정보를 바탕으로 오프사이드 여부를 판단, 경기장 내 심판에게 알린다. 심판은 이를 듣고 최종 판정을 내리는 구조다.

이번 시스템은 축구 경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인 오프사이드 판정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대표적인 과학기술이다. 이보다 앞서 오프사이드 판정 시비를 줄이기 위해 VAR이 도입됐으나 녹화된 화면을 심판이 재판독하는 형태이다 보니 판독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SAOT는 이 같은 단점을 대신해 최대 25초 이내 판정 시간을 자랑한다. 이른바 '눈보다 빠른 데이터'로 오심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공인구 알 릴라에 내장된 IMU는 SAOT를 보조하는 수단 외에도 활용도가 높다. 공 중앙에 위치한 IMU는 공 속도와 방향, 각도, 충격에 의한 파동 등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를 통해 경기 중 애매한 상황을 데이터로 증명, 바로잡는 역할을 한다. 실제 앞서 열렸던 H조 조별리그 2차전 포르투갈과 우루과이 경기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헤더 골은 공인구가 선수 머리를 지나갈 당시 충격에 의한 파동이 전혀 측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다른 선수 득점으로 인정이 됐다. 이처럼 과학기술이 적용된 이번 공인구는 무선 충전 방식으로 IMU에 전력을 공급한다. 완충 시에는 약 6시간 동안, 대기 상태에서는 최대 18일까지 IMU가 작동한다.

선수 개인 기량을 위한 장비도 과학기술이 숨어있다. 대한민국 대표팀 주장 손흥민을 비롯해 여러 선수들이 착용하는 '전자 성능 추적 시스템(EPTS)'이 바로 그것이다. EPTS는 경기력을 측정하는 웨어러블 기기로 장치 내부에 GPS 수신기, 자이로스코프 센서, 가속도 센서, 심박 센서 등이 내장됐다.

이들 센서는 선수 활동량과 범위부터 상황별 자세 변화 등 400여가지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 데이터는 팀별 전문 분석가를 통해 해당 선수 피로도나 부상 여부, 개인 기량 향상을 위한 훈련 목표치 설정 등에 활용된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이러한 관련 기술 가능성이 입증되면서 향후 축구 산업에 적극 활용될 가능성도 커진다. 미래 축구 산업은 과학기술과 융복합 연구개발(R&D)을 통해 선수와 팬 모두 만족도를 크게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 월드컵의 과학은 경기장 밖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중동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더운 날씨를 극복하기 위한 냉방 시스템이 주목을 받고 있다. 경기장 밖 약 1㎞ 거리에 위치한 에너지 센터를 통해 만들어진 찬 공기가 노즐을 타고 경기장 내로 들어와 선수와 관객에게 시원함을 선사한다. 이 찬 공기는 태양열 발전을 통해 생긴 냉각수로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이외에도 경기장 밖에는 월드컵 열기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안전사고를 대비해 안면 인식 기술을 탑재한 카메라 1만여대가 경기장 근처부터 인근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역 등에 설치돼 있다. 또 실시간 드론 감시 시스템을 통해 경기장 주변 인파 규모를 파악, 경비 인력 배치를 위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등 안전을 위한 과학기술도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이인희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