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 후 첫 해외 사업장 방문지로 중동을 찾았다. 이 회장은 현지 법인장들에게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대변혁'을 추진하고 있는 중동은 기회의 땅”이라면서 “어려운 상황이지만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자”고 당부했다.
이 회장은 6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알 다프라주에 위치한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바라카 원전은 삼성물산이 포함된 '팀 코리아' 컨소시엄이 진행하고 있는 한국 최초의 해외 원전 건설 프로젝트다. 취임 후 처음 해외 사업장을 찾아 공사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오지의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임직원을 격려했다. 이 회장은 바라카 원전 3·4호기 건설 현장을 돌아본 후 MZ세대 직원과 간담회를 가졌다. 원전 방문에 앞서 삼성물산·삼성엔지니어링·삼성전자 중동 지역 법인장을 만나 현지 사업 현황을 보고받고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20여 일 만에 UAE 바라카 원전 건설 현장을 방문, 중동 국가와 교류를 확대했다.
재계는 이 회장이 혁신 도시 인프라를 구축해 새로운 도약을 추진 중인 중동에서 접점을 늘리며 '신시장 개척'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이 자신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 삼성 각 계열사가 전개하는 글로벌 비즈니스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미래 기회를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원유 매장량 세계 5위의 석유 부국인 UAE는 원전에 '신의 축복'(바라카)이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의 주요 국가들은 기저 전원으로서 50년 이상 안정적으로 사용 가능한 원전 인프라를 도입해 석유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탈피하고 친환경, 기술 중심의 산업구조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아부다비 경제비전 2030, 사우디 비전 2030 등 전략을 세우고 산업 인프라 첨단화를 통한 제조업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어 첨단 제조업에 강점을 지닌 대한민국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회장은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의 강력한 긴축 정책으로 글로벌 경제가 침체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가진 중동에서의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보유한 인재와 기술이 이 회장의 네트워크를 통해 중동의 미래 투자와 결합한다면 삼성과 중동의 '윈윈' 가능성은 그 어느 때 보다 높다”라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