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조선·해운·항만 디지털전환 이니셔티브 행보에 나섰다. 조선은 물론 해운과 항만산업까지 데이터 기반 K-스마트십 플랫폼 구축을 주도하며 디지털전환 선도 도시 위상을 강화한다.
울산시는 6∼7일 이틀간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2022년 조선·해운·항만 디지털전환 국제 콘퍼런스(2022 International Conference on Digital Transformation of Shipbuilding & Shipping & Port)를 개최하고 국내외 디지털전환 성공 사례 공유와 국제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모색했다. 우리나라와 울산의 조선·해운·항만 디지털전환 추진 성과를 세계에 알려 글로벌 디지털전환 이니셔티브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다.
콘퍼런스는 울산정보산업진흥원과 울산항만공사,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공동 주관하고 과기정통부와 해양수산부, 산업부가 후원했다.
안효대 울산시 경제부시장, 오용수 과기정통부 국장 등 국내외 조선·해운·항만 산·학·연·관 소속 200여명이 참석해 3개 기조 강연과 4개 트랙(항만 디지털전환, 스마트십 플랫폼, 조선·해운 디지털전환, 국제표준)에서 20개 전문 강연을 경청했다.
기조 강연은 김대영 KAIST 교수, 이정렬 한국선급 상무(스마트십 플랫폼 공동구축 추진단장), 로랜드 반 애쉬 포트익스체인지(PortXchange) 디렉터가 진행했다.
김대영 교수는 '국제표준 기반 스마트해운물류 적용 동향'을 주제로 선박과 선박, 선박과 육상 간 데이터 통신의 중요성, 관련 표준화 동향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국내 조선해양, 해운, 항만 정보는 서로 연결돼 있지 않다. 정보를 연결하는 토대가 표준화이고 디지털 전환의 시작”이라 강조했다.
이어 그는 “선박의 모든 정보를 한 곳에서 파악하는 IMO의 '싱글 윈도' 프로젝트를 비롯해 세계는 지금 분야별 데이터를 연계 공유하는 통신 개발과 표준화 경쟁이 치열하다”며 “우리나라도 조선·해운·항만 정보를 연계해 해상에 육상, 항공 물류까지 하나의 표준으로 가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통신기술(ICT) 개발과 표준화는 스마트선박 구현과 조선·해양·항만 디지털 전환의 토대다.
항해 선박과 육상 간 빠르고 정확한 데이터 통신이 가능해 항만물류처리 속도에 맞춰 선적과 하역을 적시처리하고 운행 스케줄을 조절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는 국제표준 경쟁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국제표준화기구(ISO)에 '선박과 육상 간 통신에 활용하기 위한 데이터 송·수신 시스템 일반 요구사항'을 제안해 국제표준 제정 전 단계인 신규작업표준안(NP:New Proposal)으로 채택됐다.
채택 NP는 스마트선박 데이터 통신에 필요한 선박과 육상 간데이터송수신 시스템을 규정하는 표준이다.선박과 육상에서 사용하는 다른 시스템에서상호호환 가능한데이터를 실시간 주고받을 방안이다.
NP 채택에 따라 우리나라는 스마트선박 경쟁력을 좌우하는 선박-육상 간 데이터 전송 핵심기술 국제표준을 주도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스마트십 데이터 생태계 추진 전략'에 대해 기조 강연한 이정렬 단장은 표준화한 스마트십 플랫폼이 조선뿐 아니라 해운, 항만 경쟁력까지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단장은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스마트십 플랫폼은 주도권을 잡기 위해 업종과 분야를 넘어 상호 연계 가능한 표준화에 나서고 있는데 국내는 개별 조선소 단위에서 스마트십 플랫폼 구축을 시도해 표준화 대응이 늦다”고 지적했다. 이어 “콩스버그 같은 해운 정보기술(IT) 기업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선박을 수주·설계·운영하며 기존 조선사 기능을 대체하고 있다. 친환경 디지털 선박으로 전환 추세에 맞춰 우리 조선사의 역할과 기능도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유럽과 일본, 중국의 발 빠른 대응도 소개했다.
유럽 콩스버그는 롤스로이스 상업해운(Commercial Marine)을 인수해 원거리 및 무인선박 기술을 확보했다. 세계 최대 해운기업 머스크는 IBM과 조인트벤처 트레이드렌스(Trade Lens)를 설립해 블록체인 기반 해운 플랫폼을 개발한다.
일본은 조선산업 혁신 장기전략에 맞춰 조선사와 해운사, 선급, 기자재 기업, 대학 등이 참여한 SSAP를 결성해 개방형 데이터 플랫폼 설계와 개발에 나섰다.
중국은 제조업 육성정책 '중국 제조 2025' 우선 분야로 스마트십을 선정, 집중적으로 육성한다. 민관협력 기반 스마트십 커뮤니케이션 프로토콜과 게이트웨이 표준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산학연 협력 '스마트십 데이터 생태계 구축'을 시작했다. 스마트십 플랫폼 하부 구조에 해당하는 데이터 플랫폼을 개발 구축하는 사업이다.
국내 조선해양·해운업계는 선박 건조와 운항 관련 각종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선박 유지보수, 안전 항해, 국제 환경 규제에 대응하고 있다. 개별 데이터의 수집 분석 활용을 플랫폼에 연결, 집적화하면 활용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애쉬 디렉터는 유럽 항만 플랫폼 '포트익스체인지'의 항만 디지털전환 방향과 보유 솔루션을 소개했다. 애쉬는 “항만 디지털 전환으로 선박 운항 정보에서 접안 스케줄, 지연 정보 등 각종 정보를 취합해 실시간 공유하면 항만이 안고 있는 난제인 여러 낭비 요소를 줄여 에너지 절감과 탄소 중립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트익스체인지 대표 솔루션으로 선박과 항만 내 시설의 모든 배출가스 양을 측정하고 예상까지 할 수 있는 '배기가스 통제 솔루션'도 소개했다.
기조 강연에 이어 4개 트랙별 전문 발표가 이어졌다.
김재균 울산항만공사 사장은 항만 디지털전환 트랙에서 '스마트 울산항만 비전 및 추진 전략', 구자록 울산정보산업진흥원장은 조선해운 디지털전환 트랙에서 '울산 조선해양 디지털 전환 사례와 발전 방향'을 공유했다. 구 원장은 스마트·자율운항 선박과 스마트항만 국제 허브를 향한 울산시 정책과 관련 사업도 소개했다.
정상영 유엔젤 부장은 스마트십 플랫폼 트랙에서 '스마트십 데이터 플랫폼 개발 현황', 홍삼권 삼성중공업 프로는 국제표준 트랙에서 '스마트십 플랫폼 국제 표준화 대응 방향'을 발표했다.
구자록 울산정보산업진흥원장은 “스마트·자율운항 선박, 스마트항만 기술 축적을 가속화하고 글로벌 기관과 협력을 확대하는 성과를 거뒀다”며 “조선·해운·항만 산업 국제표준 동향과 적용 사례를 공유해 국내 표준화에 기여하고 나아가 국제표준 리더십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