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쟁력 약화, 인구 감소 등으로 활력을 잃고 있는 부산이 제2도시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지역이 주도하는 과학기술력을 길러서 지역산업으로 확산시킬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지방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지방은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 전통산업 중심의 기술·산업 생태계 재편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대전환 시대에 디지털·에너지 분야 핵심 기업과 연구기관이 주로 수도권·대전에 집중돼 있어 수도권-비수도권 격차는 더 확대되고 있다.
지방은 주력산업 고도화와 신산업 창출을 위해 적극적인 과학기술정책 추진이 시급하지만 그동안 중앙 주도 정책으로 지역의 강점을 살린 장기적이고도 지속 가능한 성장에 한계를 드러냈다. 지방자치단체 스스로 과학기술에 대한 중요성 인식은 부족했다.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수립하고 있는 '제6차 지방과학기술진흥종합계획'은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고 과학기술 혁신에 기반을 둔 지역 주도의 균형발전시대에 시작점 역할을 할 것이다.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지역의 자생력 회복, 지역의 자율적 추진체계 구축,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을 기본방향으로 한 특단의 대책이다.
부산시는 과학기술 기반 산업혁신의 중요성을 일찍이 체감하고 2015년 과학기술 전담 기관인 부산산업과학혁신원(BISTEP)을 설립한 이후 지자체 주도로 정책 수립→사업 기획→평가 분석의 과학기술 진흥을 위한 전 주기적 정책 기능과 역량을 축적해 오고 있다. 올해에는 부산지역의 과학기술 최상위 계획인 '제2차 부산과학기술진흥종합계획(2023~2027년)을 수립하고 있으며, 나아가 이와 연계한 '제1차 부산 연구개발 중장기 투자전략'을 지자체 최초로 수립해서 정책적 목표와 연구개발 투자전략의 일관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BISTEP의 축적된 기능과 역량은 과학기술 기반의 지역혁신 실현을 주도할 컨트롤타워로서 대전과학산업진흥원(DISTEP), 충남과학기술진흥원(CIAST) 등 지역 과학기술 전담 기관의 벤치마킹 사례로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최근 여러 지자체에서도 과학기술 기반 혁신을 위한 조례 제정, 전담 기관 설치 등 법·제도적 기반을 적극 마련하고 있는 등 과학기술 혁신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확대되는 추세다.
지역 과학기술을 법·제도, 조직 등 혁신체제 관점에서 바라보면 2022년은 중요한 전환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와 지역의 과학기술 관련 주요 정책이 종료되고 새로운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지역 자체적으로도 전담 기관 설립 등 과학기술정책 추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전국연구개발지원단에서 공동연구로 추진한 '지역과학기술혁신법(가칭)'은 입법을 준비하고 있어 과학기술 혁신에 기반을 둔 지역 주도의 법적 기반도 마련될 예정이다.
이렇듯 급속도로 변화되는 환경과 패러다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존하는 과학기술정책 및 산업정책을 빠르게 분석, 새로운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 또 과거와 같이 정부가 주도하고 지역이 따라가기보다는 지역이 함께 발맞추어 나아가고 상생할 수 있도록 지자체는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지금의 과학기술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뿐만 아니라 시민의 삶을 바꾸고 지역의 흥망성쇠까지 결정한다. 지역경제 성장이 지역의 과학기술 수준에 의존하는 지금 부산의 미래를 그릴 수 있는 도구로서 과학기술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며, 앞으로도 그 힘을 지속해서 키워야 할 것이다.
서용철 부산산업과학혁신원 원장(부경대 토목공학과 교수) suh@bistep.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