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했다. 코로나19로 배달 시장은 성장했으나 앤데믹이 도래하며 올해 성장세가 주춤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음식서비스 온라인 쇼핑(배달 시장) 규모는 2019년 3월 6945억원에서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 3월 1조2524억원으로 약 80% 뛰었다. 2020년 12월에는 처음으로 시장 규모가 2조원을 돌파했다. 2021년 12월 2조4494억원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이후 배달 시장은 2조원대 보합세를 보이며 올해 9월 1조9535억원으로 주저앉았다.
배달 수요가 더 이상 커지지 않으며 배달 플랫폼은 다양한 문제에 직면했다. 올해 투자시장까지 얼어붙으며 일각에서는 도미노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배달 플랫폼 중 한곳이라도 무너지게 된다면 그간 쌓여온 거품과 고질적인 문제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위기는 분리형 배달 플랫폼을 먼저 덮쳤다. 분리형 배달 플랫폼은 지역 배달 대행사와 가맹점(식당)을 중개하는 플랫폼을 의미한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과 같이 고객 주문 접수 서비스와 배달 서비스를 동시에 수행하는 통합형 배달 플랫폼과는 사업 메커니즘이 다르다. 일반 이용자를 모객해야 하는 일체형 플랫폼과는 달리 라이더를 모아야 하며 가맹점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이 같은 상황 속 배달 대행사 확보 출혈경쟁, 수억원대 금품 지원 등 문제가 심화되고 있으며 적립금 유용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정부가 배달 플랫폼에 자체적인 라이더 안전 관리 및 고용보험, 산재보험 정산 및 신고 의무를 요청하며 분리형 배달 플랫폼이 짊어지고 가야 할 책임은 커지고 있다.
◇배달 지사 확보 경쟁…수억원 금품지원
업계는 일월 배달 수행 건수에 따른 지역 배달 대행사(배대사) 대여금 등 금품 지원이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 잡혔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기간 중 높은 배달 건수 기준으로 대여금을 지급하는 문화가 형성됐다. 이는 자연스레 출혈 경쟁으로 이어진다. 다수 라이더를 보유한 지역 배대사가 직접 본사에 연락해 소속 플랫폼을 바꾸면 얼마의 대여금을 지급할지에 대해 문의하기도 한다. 평균적으로 수 천만원에서 많게는 억단위 금액이 오간다.
대여금을 충당하기 위해 일부 업체는 대출을 이용한다. 배달 지사에서 대여금 상환을 하지 못하고 미수금이 발생하면 대출을 상환하지 못한다. 앤데믹으로 접어들며 배달 건수가 급락하자 배달 지사의 상환 능력 또한 떨어졌다. 일부 중소 배달 플랫폼 업체는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해 금융권에서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 처분을 받았다. 식당으로부터 선지급된 배달비가 계좌 동결과 함께 묶이며 라이더에게 돌아가야 할 배달료 정산과 식당 측 배달비 환불도 불가해졌다.
대형 업체에서는 적립금 유용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 한 업체의 재무제표에 따르면 '페이미지급금' 계정으로 약 213억원이 설정돼 있다. 페이미지급금은 식당측으로부터 배달비를 선급금으로 받아놓은 자금으로 아직 라이더에게 지급되지 않은 금액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97억900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적립금이 보유 현금과 동일하지 않다는 점에서 업체가 현금을 유용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적립금이 배달 지사 대여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중이다.
◇무자격 종사자 성행
배달 종사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무자격 종사자의 불법 배달대행 문제도 떠오르고 있다. 배달 시장이 코로나19로 호황을 누리면서 라이더 수입이 증가한다는 소문에 일부 외국인 유학생이 불법으로 취업했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취업할 경우 비자를 변경해야 하지만 아무런 조치 없이 이륜차를 이용해 배달 대행 라이더로 활동했다. 이들 중 일부는 이륜차를 운전할 수 있는 면허증도 소지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중학생 치킨 배달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중학생은 부모 명의로 라이더 등록을 한 후 배달을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는 오토바이 소유자 명의, 보험가입 상태 등을 확인한 후 라이더 등록이 가능하지만 일부 업체는 이 같은 절차를 생략한다. 플랫폼 측에서는 라이더 확보 및 배달 처리 건수가 투자를 받기 위한 주요 지표이며 배달 지사 측에서는 더 많은 대여금을 받을 수 있는 몸값 키우기 수단이기 때문이다.
◇투자 혹한기…옥석가리기 시작
투자사의 투자금을 통한 금품 지원 전략은 코로나19 기간 배달 산업이 성장하며 큰 문제 없이 빠른 시장점유율(MS) 확대를 위한 전략으로 사용됐다. 시장 침체기에 접어들자 새로운 투자금 없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보여주기식 신규 사업 진행 및 금품 지원 전략으로 인한 경영 악화는 플랫폼사에 치명적이다.
일부 업체는 대규모 인원 감축을 통한 혹한기 버티기에 돌입했다.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는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본사 인력 중 약 40%에 해당하는 100여명이 퇴직했다. 이와 함께 사업 영역도 축소했다. 현재 메쉬코리아는 새벽 배송을 종료하고 식자재 사업을 철수하는 등 대부분의 사륜 배달 사업을 접고 이륜 배달에 집중하고 있다. 바로고 또한 7월 비상경영 체계에 돌입, 연구개발(R&D) 제외 인원에 대한 신규 채용을 축소했다.
손지혜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