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만났습니다]최지은 토스플레이스 대표 “이제 결제 단말기도 '아이폰 생태계'처럼”

최지은 토스플레이스 대표
최지은 토스플레이스 대표

온라인 금융 플랫폼으로 출발한 토스가 단말기 제조업 자회사 토스플레이스를 통해 '오프라인' 영역에서도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그 중심에 최지은 토스플레이스 대표가 있다.

대형 컨설팅 기업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을 다니다 토스로 이직한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움직이고 싶고, 살아있는 기업을 다니고 싶었다” 갈증이 있었다. 추상적인 자료바탕의 설명이 아닌 현장에서 뛰어다니고 싶은 사람이었다.

토스플레이스는 자체 결제단말기 '터미널·프론트'를 통해 시장을 공격적으로 개척 중이다. 특히 파격적 단말기 보급 정책이 경쟁사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토스는 이 단말기를 단순 결제 용도로만 한정하지 않는다. 단말기 위에서 작동할 수 있는 가맹점주 대상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고, 이를 위한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토스플레이스라는 회사는 '제조업'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전통적 의미의 제조업과는 차이가 크다. 오프라인 가맹점 대상의 기업고객(B2B) 서비스 산업의 영역으로 토스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적합한 해석이다.

최 대표는 “토스플레이스는 아이폰 이용자들이 '앱'을 유료로 구입하는 것처럼 가맹점 사장님들이 돈을 주고 구매할 수 있는 킬러 콘텐츠를 갖추는 협업자가 되고 싶다”며 “ 기꺼이 지갑을 열만큼 완성도 높고 가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우리의 최우선 목표”라고 밝혔다.

직접 그를 만나봤다.

대담=길재식 디지털금융부 부장

[데스크가만났습니다]최지은 토스플레이스 대표 “이제 결제 단말기도 '아이폰 생태계'처럼”

-토스플레이스의 창립 배경이 궁금하다.

▲간편송금으로 시작한 토스는 고객이 가진 금융의 불편을 해소한다는 철학을 중시한다. 토스가 등장하면서 금융에 굉장히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토스플레이스는 토스가 그동안 해왔던 모바일 환경에서의 금융혁신을 오프라인까지 확장하려는 시도다.

대부분은 지금 온라인 시장만 보고 있는데, 금융은 온라인·오프라인 어느 한곳이 아닌 금융의 맥락에서 함께 고민해야 하는 영역이다. 오프라인은 사실 더 큰 규모의 시장이고 약간은 등한시된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 온라인 결제 시장이 커져서 150조~200조원 규모라고 하는데 오프라인 시장은 500조원 이상이다. 이 부분에 대한 고려 없이는 금융의 맥락이 포괄적으로 커버할 수 없다.

500조원이라는 결제 규모 뒤에는 수백만 자영업자들이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폐업률도 높고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궁지에 몰려 있는 사례들이 많다. 온라인에서 문제를 해결했던 것처럼 오프라인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토스플레이스의 사업모델을 간단히 설명한다면.

▲한 마디로 표현하면 토스플레이스는 B2B 서비스 회사다. 오프라인 매장의 결제 단말기 및 사장(가맹점주)과 접점을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현재까지의 결제 단말기는 오직 '결제'만을 위한 기기였다. 이 때문에 사실상 무료에 가까운 정책으로 뿌려졌다. 디맨드(수요)가 없으니까 서플라이(공급)도 의미가 없다. 토스플레이스는 '어떤 콘텐츠가 탑재됐으면 좋겠다' 혹은 '어떤 서비스가 탑재됐으면 좋겠다'라고 하는 디맨드를 만들어낼 수 있었으면 한다. 이런 시장의 변화를 만드는 시작점이 되고자 한다.

현재 시범 서비스(필드 테스트) 단계로, 내년 상반기 정식 론칭 이후 단말기 보급에 주력할 계획이다. 단말기가 시장에 정착되는 단계가 되면 이를 활용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 매장 사장의 매장관리 솔루션부터 매장 마케팅 솔루션 등을 고려 중이다.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 디바이스에 비유할 수 있다. 토스플레이스는 우선 단말기 보급에 힘쓰면서 이와 동시에 앱스토어의 애플리케이션(앱)처럼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하게 될 것이다. 단말기를 예의주시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드웨어가 아니라 그 안의 서비스와 콘텐츠가 더 중요한 경쟁력이다. 다양한 서비스를 토스가 직간접적으로 탑재해서 제공하고, 시중에 나와 있는 훌륭한 서비스는 플랫폼화해 얹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좋은 창구이자 그릇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토스는 미래사업으로 개인신용평가(CB) 사업 등을 준비 중이다. 기존 밴(VAN), 결제지급대행사(PG) 등과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이고, 어떤 미래 사업을 준비 중인지.

▲엄연히 말하면 CB 사업은 토스에서 준비 중인 사업으로, 토스플레이스와는 별개다. 또한 토스플레이스는 단말기 제조와 솔루션 사업을 하는 제조사로 밴, PG사와는 업태와 비즈니스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 사장의 가장 큰 페인포인트(Pain Point)는 돈과 고객, 직원(채용)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우리가 직접 제공할 수 있는 요소보다는 다른 서비스업자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

예를 들어 수많은 회원을 확보한 토스 앱이 있기 때문에 고객을 모아주는 역할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결제 단말기를 통해 토스뱅크 상품으로 바로 연결되는 창구를 열어 줄 수도 있다. 은행을 가지 않고도 신청할 수 있는 신용대출, 부동산담보대출 혹은 매출에 기반한 대출 상품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이는 토스플레이스가 매장 단말기를 통해 실시간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토스뱅크의 경우 더 창의적으로 고안할 수 있는 모델이 많다. 마이너스통장과 신용카드 정산계좌, 대출, 법인카드가 다 하나로 연결된 계좌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토스뱅크 입장에서는 신용카드 정산이 되니 수신 계좌에 잔액이 쌓이는 효과가 있고, 가맹점 입장에서는 한 계좌에서 모든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관리가 굉장히 편해진다. 여기에 개인사업자 카드를 연결하면 어떤 것이 매장에서 발생하는 지출인지 혹은 사장의 개인적인 지출인지 구분, 이를 통한 신용분석도 가능하다.

물론 아직 구체적인 사업제휴 모델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매장 사장과 지속적인 인터뷰(고객의 목소리)를 통해 구체적인 서비스 요구를 파악하고 제공해 나갈 예정이다.

[데스크가만났습니다]최지은 토스플레이스 대표 “이제 결제 단말기도 '아이폰 생태계'처럼”

-애플페이의 국내 출시에 대한 시장 관심이 높다. 단말기와 애플페이 연계를 준비 중인지.

▲애플페이와 연계는 내년 토스플레이스의 본격적인 사업 이후 점진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현재 애플페이뿐만 아니라 접촉·비접촉 어떤 결제수단이든 토스플레이스 단말기에서 이용 가능하도록 기술적 준비는 이미 되어 있다. 다만 특별히 특정 결제 수단 도입을 위해 현재 별도로 협의나 준비 중인 사항은 없다.

사업을 막 시작하는 단계에서 애플페이 인증을 준비하기엔, 해결해야 할 다른 근원적인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또 결제 수단의 확산을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논의가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토스플레이스의 의지만으로 결정되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신용카드 가맹점과 협력사업도 진행 중인데 상황이 어떤지.

▲신용카드 가맹점이 SPC와 같은 유통 가맹점을 의미한다고 가정하고 말하자면, 현재 진행하고 있는 필드 테스트 역시 이들과 같은 협업관계의 가맹점 협력을 통해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시범서비스 단계부터 실제 내년 사업까지 가맹점사와의 협업은 필수적인 부분이 될 것이다.

현재 토스플레이스는 필드테스트 과정에서 수십년간 쌓아온 업계 노하우를 단시간에 학습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실제 현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다양한 문제도 목도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안전이라고 생각하고, 이 때문에 충분한 필드테스트를 실시하려고 한다. 모든 결제신을 경험해 보고, 완전 무결한 상태로 론칭하는 것이 현재 가장 중요한 목표다. 가맹점사와의 협력도 이와 같은 지점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이사로서 토스플레이스를 어떤 기업으로 육성하고 싶은지.

▲컨설팅 기업에 오래 재직하다보면 생기는 갈증이 있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면 결과를 전달해 주고 떠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 작업이 이론에 기반하다보니 실제 정말로 이론대로 맞아 떨어지는지 실증에 대한 욕구와 갈증이 있었다. 그래서 당시 스타트업이었던 토스플레이스에 합류하게 됐다.

토스플레이스의 미션 중에는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토스' 'B2B 플랫폼의 완성을 통해 사장님의 성공이 시작되는 곳으로 만든다'와 같은 문구 들이 있다. 언제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어야 하므로 정량적으로 100만개 가맹점을 달성하고 싶다. 이를 통해서 사업자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서비스를 한 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사장의 성공 가능성을 더 높여주고, 실패 가능성은 낮춰주는 그런 기업이 되고 싶다.

이와 더불어 토스가 공급자 위주로 돌아가고 있던 금융씬에 새로운 바람이 됐으면 한다. 스타트업과 핀테크 업체들이 잘 성장하고 경쟁해 고객 편의성을 도모하는데 앞장섰듯이, 신용카드 등장이후로 20년간 정체되어 있던 오프라인 결제 및 가맹점 사업 씬에서 새로운 바람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간편결제 등 다양한 결제 플랫폼이 도입되고 있다. 결제 시장의 미래와 향후 흐름을 전망한다면.

▲이용자의 주요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건이 몇개 있다고 생각한다. 어디에서나 쓸 수 있는 범용성, 무엇보다 나에게 편리한 수단일 것, 그리고 결제로 인해 나에게 돌아오는 혜택이다.

간편결제에서 중요한 것은 '마찰없는 경험(frictionless experience)이다.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는 순간부터 포인트 적립까지 그 일련의 모든 과정을 가장 편하고 쉽게 해줄 수 있는 서비스가 시장 지배적 위치에 서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오프라인으로 한정한다면 결국 플라스틱 신용카드 및 삼성페이를 능가하는 편의성과 혜택을 가져다 줄 수 있어야 의미있는 간편결제 도구로서 선택 받을 것으로 본다.

○최지은 토스플레이스 대표는…

2019년 토스에 비즈니스전략 리드로 합류한 최지은 토스플레이스 대표는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국제경영과 회계학을 전공했다. 2005년 JP모건, 2010년 LB인베스트먼트 등 컨설팅 펌과 사모펀드 투자은행에서 기업금융 관련 업무를 경험했다. 토스 합류 이후 LG유플러스의 PG사업 부문 인수에 관여했다.

[데스크가만났습니다]최지은 토스플레이스 대표 “이제 결제 단말기도 '아이폰 생태계'처럼”

정리=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