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플랫폼 업계에 '물류 효율화'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투자 경기 악화로 수익성 제고가 급한 상황에서 물류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빠른 배송 역량이 핵심 경쟁 요소로 자리 잡은 만큼 당장에 서비스를 축소하기도 쉽지 않다. 배송 서비스를 둘러싼 업계 고민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브랜디·지그재그·에이블리는 모두 빠른 배송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브랜디가 2019년 업계 최초로 익일 배송 서비스 '하루배송'을 출시한 이후 지그재그 '직진배송', 에이블리 '샥출발' 등이 연이어 등장했다. 빠른 배송에 익숙해진 소비자 요구에 맞춰 패션에서도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해 이용 편의성을 제고하겠다는 의도다.
최근 투자 시장이 업계에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공격적인 투자로 서비스 고도화에 치중하던 업계는 단기간에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비용 효율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간 확대해온 물류 서비스가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한 이유다. 현재 브랜디와 에이블리는 자체 물류 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지그재그는 CJ대한통운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게다가 내년도 업계 물류비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저시급 상승에 따라 인건비가 늘어나는 데다 취급 품목이 다양해지면서 관리 비용도 커지고 있다. CJ대한통운이 내년부터 기업 택배비를 최대 10% 인상하는 등 전반적인 택배비용 상승도 예상된다.
업체들은 아직까지 배송 서비스 축소 계획이 없다. 빠른 배송 서비스를 고수하는 경쟁사에 거래액을 뺏기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인프라 구축에 소요된 비용도 적지 않다.
에이블리의 경우 내년도에 풀필먼트 규모를 오히려 확장할 계획이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풀필먼트 확대를 통해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면서 수익성이 오히려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풀필먼트 적용 카테고리를 넓히는 등 배송 서비스를 더욱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빠른 배송을 둘러싼 고민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패션 플랫폼은 나란히 수백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지난해 694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으며 브랜디와 카카오스타일 또한 각각 594억원, 379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특히 브랜디는 물류 자회사 '아비드이앤에프'가 지난해 113억원 손실을 낸 점이 눈에 띈다.
수익성 제고를 위한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거래액 확대를 위한 업계 광고 캠페인은 최근 들어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에이블리의 경우 서비스 출시 4년 만에 처음으로 이달부터 판매수수료 3%를 부과한다. 일각에서는 빠른 배송 대상 품목을 줄이는 등 벌써부터 배송 서비스 변화도 감지된다는 얘기도 들린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 편성에서 가장 비중을 두는 것은 비용 효율화”라며 “빠른 배송 서비스는 인건비는 물론 운영비도 많이 소요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업체들 고민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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