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달라진 금융당국 출신 활용법

선욱 메리츠화재 전무
선욱 메리츠화재 전무

보험사의 금융당국 출신 인사 활용법이 달라졌다.

그동안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 경력을 살려 금융당국과의 관계개선을 기대하고 외풍을 관리하도록 하는 역할에 한정됐다면 현재는 경영전략을 세우고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 당국 출신 인사들을 적극 중용하고 있다. 실무를 맡겨 고위 임원으로 키워나가는 모습이 자리잡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지난달 30일 선욱 전 금융위 산업금융과장을 ESG경영실장(전무)으로 영입했다. ESG경영실장은 회사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총괄하는 자리로 선 실장이 영입되면서 새로 만들었다.

1973년생인 선 실장은 행정고시 44회 출신으로 주로 금융위에서 활동했다. 행정인사과장, 산업금융과장 등을 맡았고, 금융위원장실 비서관 등 요직을 거쳤다. 금융위 내에서도 소위 '잘 나가는 인재'였다는 평가가 많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회사에서 ESG를 전담하는 부서를 새로 만들어 영입한 것”이라며 “실장 포함 5명으로 구성됐고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할지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1월에도 금감원 출신의 서수동 부사장을 영입해 윤리경영실장을 맡겼다. 그는 보험감독원 출신으로 금감원 생명보험검사국, 기획조정국, 보험감독국 등에서 근무했다. 서 부사장은 입사 1년 만에 전무에서 부사장 승진했다.

보험사, 달라진 금융당국 출신 활용법

주요 보험사 곳곳에 금융당국 출신 인사들이 자리하고 있다. 행정고시 46회 출신인 김선문 삼성화재 상무는 기획2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기획예산처(현 기획재정부)에서 공직을 시작한 뒤 금융위 산업금융과, 보험과, 구조개선지원과, 기업회계팀 등에서 일했다.

지난해 12월 영입된 이한샘 한화생명 상무(행시 48회)는 1980년생으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 공직을 떠나 민간 보험사에 둥지를 틀었다. 이 상무는 한화생명 경영전략실 담당임원으로 일하고 있다.

금융당국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불러와 외풍 막기에만 급급했던 예년과 확연히 달라진 풍경이다. 보험사에 합류하는 공직자 연령대도 40대 이하로 낮아졌다. 이들은 주요 보직을 맡아 회사 경영전략과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행시 41회 출신으로 기재부 국제기구과장을 지낸 뒤 2016년 삼성그룹에 합류한 박준규 삼성생명 부사장도 관료에서 기업인으로 완전 변신한 케이스다. 박 부사장은 삼성경제연구소를 거쳐 삼성생명에서 글로벌사업팀을 이끌고 있다.

디지털 보험사인 카카오페이손해보험도 다르지 않다. 지난 5월 금융당국 출신 박성기 감사를 영입했다. 그는 금감원에서 손해보험검사국장, 생명보험검사국장을 모두 맡아 검사업무에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직생활에 한계를 느낀 금융당국 인사와 이들을 데려와 회사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려는 보험사 경영진 니즈가 맞아떨어진 현상”이라며 “금융당국과 민간과의 교류가 활발해질수록 유착 관계에 대해선 경계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표]보험사 합류한 금융당국 인사들

보험사, 달라진 금융당국 출신 활용법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