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 '정보'는 국가 운명을 가르는 중요 무기가 되고 있다. 1942년 미드웨이 해전은 신호정보(Signal Intelligence) 기술 중요성을 보여주는 역사적 전투로 알려져 있다. 당시 미군은 일본군보다 절대 열세 상황에서 거짓 정보를 제공하고 전략적 우위를 차지했다. 이는 곧 미국이 태평양 전쟁에서 승리하는 기폭제가 됐다. 2022년 발발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에서도 보이지 않는 '신호정보'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윤동원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신호정보 특화연구센터장)는 “미래 국력은 정보력”이라며 “국가정보 수집과 분석 능력은 국력의 척도”라고 말했다.
국가정보는 국가 또는 전략적 차원에서 수행되는 정보활동으로 영상정보(IMINT, 이민트), 인간정보(HUMINT, 휴민트), 공개출처정보(OSINT, 오신트), 신호정보(SIGINT, 시긴트) 등으로 나뉜다. 신호정보는 전자적 신호 탐지, 수집, 분석을 통해 얻어지는 정보로부터 상대방의 능력과 의도를 판단하는 것이다.
선진국은 전시 및 평시에 각종 신호를 수집하고 처리해 다양한 정보를 추출하는 신호정보 능력을 갖추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북한을 포함한 외국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전자신호를 수집·해석해 국가정보를 획득하며 전자신호 수집은 지상, 해상, 공중 등에서 플랫폼을 이용해 다차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윤 교수가 이끄는 신호정보특화연구센터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총 125억원 연구비로 6년간 신호정보를 수집·처리·복원하는 기초 연구를 진행했다. 4개 전문연구실에 총 17개 기초연구 세부 연구과제를 수행했고, 주관연구기관인 한양대를 중심으로 18개 대학 전문 연구 인력이 모였다. 신호정보 연구개발(R&D)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민간에서는 사실상 유일하다.
윤 교수는 “신호정보특화연구센터는 기술을 필요로 하는 군에서 방위사업청에 연구소요를 제기해 이뤄진 최초의 특화연구센터라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소개했다.
보안이 최우선되는 신호정보 기술은 특성상 선진국으로부터의 기술이전이 불가능하고 대부분 블랙박스 형태로 단순 수입돼 장비가 운용되고 있다. 국가 존립을 위한 국가 전략 정보 획득을 위해서는 우리나라 자체적 신호정보 기술 개발 및 장비 확보가 필요하다.
신호정보 특화연구센터는 방위사업청 연구비 지원이 마감된 이후 국내 방위산업체로부터 중요성을 인정받아 LIG넥스원 협의체와 2022년 7월부터 향후 5년간 약 2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신호정보 분석장비 국산화를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대규모 연구비가 투입된 특화연구센터로 실제적 자립화를 이룬 첫 사례다.
윤 교수는 LIG넥스원과 연구는 요소 기술 국산화를 시작으로 향후 감시정찰 분야 'K-방산'으로 세계를 선도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방위사업청으로부터 2028년까지 50억원을 지원받아 11월부터 기존 연구를 우주로 확장한 '우주공간 신호정보 특화연구실'을 통해 우주공간 신호정보 관련기반 연구에도 착수했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는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신호정보 기술 능력을 보유한 국가를 이웃하고 있다”며 “한반도 주변의 지속적 평화 유지와 미래 국가존립 차원에서도 신호정보 기술 분야 연구에 지속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신호정보 분야 최고 강대국인 미국은 한국전쟁 도중인 1952년 국가안보국(NSA)를 창설하고 신호정보 분야에 약 70년간 막대한 투자를 통해 세계적으로 신호분석과 암호해독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드론, 자율형 자동차 등 모든 것이 무인화되는 가운데 신호정보 역할은 갈수록 중요하다.
윤 교수는 “신호정보는 국방뿐 아니라 외교, 경제 등에도 직접적 파급효과를 미치는 영역인 만큼 자부심과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며 “신호정보 분석 장비 국산화를 실현해 신호정보 분야에서 반드시 세계시장을 선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